‘OO 속에서’
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2020년도에 두 번째 고등학교로 옮겼다. 그해에 첫째 아들이 5살이 되어 유치원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내 생에 첫 육아휴직을 6개월 간 했다. 육아휴직 기간은 두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매우 짧게 느껴졌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2020년 9월 1일 자로 복직을 했는데 학기 중간에 복직을 하다 보니 체육 수업과 동아리 운영에 대한 나의 의견을 반영할 수가 없었다. 2학기에 내가 수업을 해야 했던 1학년과 3학년 학생들과도 어중간하게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체육교사가 바뀐 데다가 코로나로 인해 원격 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였기에 격주로 학생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 교직 생활을 통틀어 가장 재미없었던 시기였다.
2021학년도가 시작됐다. 작년에 중간에 복직하여 반영하지 못했던 체육수업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기초로 평가계획서를 만들었고, 교육과정상 운영해야 하는 일반동아리도 하나 만들었다. 내가 만든 동아리는 축구 동아리였다. 2021학년도에 동아리를 맡기 위해 작년 동아리 목록을 보는데 운동 동아리가 없었다. 남학생들에게 움직임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나도 학생들과 함께 운동할 겸 해서 축구 동아리를 만들었고 1, 2학년 통합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3월 초 동아리 편성이 끝나고 첫 동아리 모임 때 입이 떡 벌어졌다. 모임장소였던 운동장에 나가보니 40명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들었던 첫 느낌은 ‘과연 내가 이들을 이끌고 갈 수 있을까?’였다. 순한 남학생들이라고 하더라도 축구 동아리를 선택했다는 건 대체로 활발하다는 이야기인데, 활동성 좋은 학생들 40명을 나 혼자 이끌고 갈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운동장 크기가 크지 않아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9대 9, 또는 10대 10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데 인원이 너무 많았다. 모여있는 인원을 보고 놀란 몇몇의 학생들은 서로 이야기를 속닥속닥 하더니 나에게 찾아와 동아리를 옮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일부 학생들이 떠나고 남은 인원 35명이 축구 동아리원이 되었다. 혼자서 35명의 학생을 모두 관리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체육부장 선생님께 2학년 담당교사 역할을 부탁드리고 내가 1학년 학생들을 맡았다.
옮기기 전 학교에는 운동장이 크지 않았지만 인조잔디가 설치되어 있었고 축구 라인도 그려져 있었다. 인조잔디 운동장을 사용해 체육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백회가루를 이용한 라인기를 사용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새로 옮긴 학교는 흙으로 이루어진 운동장이라 축구 경기를 할 때마다 경기장을 그려야 했다. 마치 운동장은 캔버스가 된 느낌이고 나는 축구 경기장을 구상하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린 그림 위에서 마음껏 뛸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느덧 기분 좋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시간은 매주 배정되어 있지 않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1년에 30시간 전후로 운영이 된다. 따라서 매주 동아리가 편성되어 있지 않고 학사 일정에 따라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과 함께 운영이 된다. 동아리 시간이 배정된 금요일이 찾아오면 나의 오후 일과는 바빴다. 수업이 배정되어 있지 않았던 5교시 시간을 활용해 미리 축구 경기장을 운동장에 그리고 축구 경기에 필요한 물품(축구공, 팀조끼, 전자휘슬)을 운동장에 준비해 둔다. 5교시가 끝나면 담임반 학급에 올라가 종례를 하고 운동장으로 내려와 축구동아리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운동을 하고 팀을 나눈다. 인원이 35명이라 보통 1학년 대 2학년 경기를 진행하고 1, 2학년에서 각각 절반씩 나누어 전, 후반으로 나누어 뛰도록 했다. 매번 같은 팀으로 할 수 없으니 1학년 2학년을 섞어서 팀을 편성하기도 했다. 다양하게 팀을 편성해야 학생들도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그다음 일정은 아이들과 함께 어느 한쪽 팀에 소속되어 축구 선수로 참여하며 동시에 심판을 본다. 축구 선수로 뛰며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경기가 물 흐르듯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심판을 봐야 하기 때문에 매 시간 집중해서 참여해야만 한다. 선생님과 하는 축구가 어색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내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내 공을 뺏기 위해 웃으며 달려와 수비하고, 체격이 좋은 친구는 나와 일부러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운동장 한가운데서 업치락 뒤치락하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하교 시간이 찾아온다. 하교를 알리는 타종이 울리면 어김없이 아이들은 나에게 말한다.
“선생님~ 딱 20분만 더 하다가 가요~ 제발요!!“
“나 퇴근해서 우리 아들, 딸 보러 가야 해 안돼~~”
“아~~ 선생님~~”
“흠. 그럼 20분은 너무 길고 연장전 10분이다!”
“네!!”
결국 아이들의 설득에 못 이긴 척 넘어간다. 겉으로는 싫다고 툴툴거려도 속으로는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뻐 보였다. 동아리 시간이 들어있는 금요일은 언제나 정시퇴근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학생들과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매우 즐겁고 행복했다. 1년 동안 동아리 시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아이들과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덕에 안 그래도 부족한 나의 축구 실력을 아주 조금은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래포(rapport)도 아주 단단해졌다. 점심시간에 종종 내가 근무하고 있는 건강체육부에 찾아와서는 나에게 말한다.
“쌤! 저희랑 같이 축구하러 나가요!”
“오케이! 지금 하던 일 마무리하고 바로 운동장으로 나갈게! 내 자리 비워둬!”
나는 하던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운동장으로 나간다. 점심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에 축구를 하기 때문에 2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땀을 흠뻑 흘리고 즐겁게 축구를 하고 다시 교실로 올라간다. 나 역시 점심식사 후 나른한 몸 상태를 다시 깨울 수 있어 좋다. 학생들과 교류가 증가하니 체육수업이 덩달아 재미있어졌다. 나와 관계가 좋아졌기 때문에 체육수업 시간에 강압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의 말을 따른다. 나의 말을 잘 따라주니 내가 원하는 체육수업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니 남는 시간이 생겨 학생들도 좋아했다. 수업이 재미있고 학생들과 교류가 잘 되니 학교 생활이 정말 행복했다. 그렇게 1년을 학생들 속에서 생활하고 2021학년도를 마무리했다.
이 경험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적 지식을 배웠다. 어떻게 하면 학생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체육 수업을 장악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 또한 어떻게 하면 체육교사로서 행복한 교직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만 교사는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학생 속에 모든 답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교직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면 학생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학생을 위한 체육교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