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슈퍼에서 건져 올린 내용이 없다. 빈 손이다. 추석 끝이라 집에 있는 선물용 과일과 고기를 먹느라 매상이 적다. 손님들은 장보기를 늦춘다. 사장님은 값비싼 고급 인력이 일 없어 무료할까 싶어 노심초사다. 슈퍼 대 청소를 명했다. 과일 채소직원은 진열대 닦기 반품 정리, 계산대 붙박이는 계산대 주변 물건들 정리, 버리기, 청소를. '묘기증'때문에 먼지덩어리 물건들에 쓸리고 닿은 부분이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어쨌든 버리고 닦았으니 깨끗해졌.. 어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다? 워낙 슈퍼가 낡아 안타깝게도 표가 그리 없다. 그래서 그 뒷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은 무엇인고?
1. 버터링을 사가면서 부인에게 등짝 맞지 않고 과자 득템한 아름다운 미소의 중년 남성 얘기.
그 후로도 그 여성분은 가끔 온다. 양배추를 사기 위해 슈퍼에 오는 것처럼 단출한 장보기에 양배추는 절대 빼먹지 않는다. 며칠 전에도 양배추와 우유 그리고 버터링을 사셨다. 자꾸 캐묻고 돌려 묻고 슬리 슬쩍 묻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못 참고 뱉듯이 물어보았다. 버터링을 샀다는 건 남편분이 또 먹고 싶어 하신다는 거니까. 고르지도 않은 과자를 왜 먼저 사주시려 하는지 궁금했다.
"버티링을 가족분이 좋아하시나 봐요."눈빛이 우아한 손님께 지나가시라고 물었다.
오실 때마다 교태를 부리며 눈웃음을 뿌렸더니 친근하고도 편안하게 생각하게 된 손님이 대답한다.
"제가 좋아하던 과자인데요. 이젠 남편이 찾네요. 저는 이제 좀 안 먹는데. 오랜만에 생각도 나고 해서 샀어요."
아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다. 부인이 좋아하는 과자를 같이 먹어주던 남편분이 어느샌가 같이 좋아하게 되었고 부인은 잠시 질려하는 와중에도 그 맛을 음미하는 거였다니.. 간단한 슈퍼행도 귀찮아하지 않고(?) 같이 장 보러 오는 남편. 부인이 좋아하는 과자를 먹어보며 같이 좋아해 주는 남편이라니. 양배추를 좋아하는 손님의 남편에 대한 불만은 전혀 알 길이 없지만 나는 요 손톱만 한 단편 조각만으로 <최후의 만찬> 크기만 한 부부생활을 그려놓는다. 그만해라 마이 상상했다가.
2. 임영웅만을 사랑한 50대 여성.
10월 9일 방문한 고객님은 머리를 살짝 묶고 있다. 왠지 몸에서 현실의 냄새가 난다. 이상만을 좇던, 외계 생명체와 교감을 위해 살던 여인의 먼 곳만을 응시하던 눈빛에서 하찮은 슈퍼 물건이 비쳐 보인다. 의식이 돌아온 듯 보이기까지 한다. 어쩐 일로 물건을 가져온 손님은 말까지 한다.
"종량제 주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반가운 지구에로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특이점은 있었다. 지갑이 두 개. 임오빠 사진이 들어있는 빨갛고 납작한 장지갑은 손바닥에 문신처럼 붙여놓고 더 두껍고 누가 봐도 사회생활 많이 한 지갑, 더 진한 빨간색 장지갑이 또 있다. 현실에 내려오니 현실물건을 챙겨 온 거였구나. 거기서 현금을 꺼낸다. 임오빠 지갑은 긴 사진 하나 그리고 카드 하나밖에 들어가지 않아 현실에서는 불편한 거다. 사회생활 가능한 경륜 있는 '두껍지갑'만이 가진, 돈과 카드에 통장만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다. 그 모든 것들은 잠시 스치는 지구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 잘 쉬다 가십시오. 다음 지구행에도 슈퍼 꼭 오시고요~. 안녕히 가세요.
3. 귀가 잘 들리지 않, 아니 많이 들리지 않는 허리가 꼿꼿한 할머니.
9시 47분 현재. 그림 그리러 10시까지 가야 하는데 아직 옷도 안 입고 있. 자유는 좀 장롱에 넣어놓고 규칙 지키러 출발하기 위해 글은 2편으로 넘겨야겠습니다. 의도치 않게 길~~ 게 연재?. 그럼 오늘 저녁에 다음 글로 찾아뵙지요.
오늘 새벽(?) 어제 늦은 시간 올린 글은 매일 글쓰기 숙제 같은 마음 때문에 썼지만 <조울증 같은 쓰레기 될랑 말랑하는 글>이라 다시 가방에 넣었습니다. 다음에 글이 만 개정도로 늘면 다시 스리슬쩍 글 숫자 늘리는 용도로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시고 관심(좋아요?)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 조심 행복 조심! 하세요^^ 행복 뺏기지 말고 잘 찾아드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