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무기를 꺼내는 아침

by Quat


토요일 오전 8시 30분. 8월의 여름은 이미 해가 뜬 지 오래지만, 나와 아내는 울리는 알람을 겨우 끈 채 침대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1시간 정도 걸려 나갈 준비를 마친 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다. 지난주 주말에 우연히 방문한 곳인데 3층으로 이뤄진 대형카페인 데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도 깔끔하고, 거기다 주차장도 넓어서 둘 다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 다만 사람들 마음은 다 비슷한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시끄럽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다음 주엔 오픈하자마자 와보자!" 평소 같으면 침대에 누워있을 시간이었음에도 움직인 건, 이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카페 가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알겠지만, 오픈 시간에 맞춰 카페에 방문했을 때 가장 좋은 건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베이커리 카페 같은 경우 판매하는 빵 종류가 조금은 덜 나와있을 수도 있다는 정도다. 다행히 우리가 방문한 곳은 그런 단점조차 없었다. 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자동으로 스르륵 문이 열리고, 고요함과 함께 고소한 빵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어서 오세요!"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방문했기 때문에 브런치 메뉴를 주문하고서 1층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잠시 기다리자 금방 진동벨이 울렸다. 커다란 쟁반 위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히비스커스 티, 성인 남자 손바닥 크기만 한 샌드위치,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감자 양파 수프와 윤기가 흐르는 모닝빵 2개로 가득 차 있었다. 1층에서 먹을까 하다가, 사람들이 오면 시끄러울까 싶어 쟁반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1층보다 음악소리도 작고 훨씬 더 조용했다. 식사를 하기에도, 작업을 하기에도 딱 안성맞춤인 셈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 남은 빵들은 테이블 한구석으로 밀어놓고서 우리는 가방에서 각자의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내는 요즘 읽고 있는 책, 나는 노트북이었다. 지금은 무기라고 칭하기엔 날이 제대로 서 있진 않지만, 이렇게 시간을 들여야만 무기로써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 때도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어용 무기'로서 말이다.






좋아하는 걸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만, 발견해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것을 취미로서만 즐길지, 아니면 '업'으로 삼을지에 대한 것이다. 취미로 즐기는 걸 선택한다면 그걸로 끝이다(시간이 흘러 업으로서의 선택을 고민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좋아하는 분야에 몸을 담기로 결정했다면, 당신은 매일 한 가지를 다짐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건 바로 '부족한 나를 마주하고 견뎌내는 것'이다.



평생 글을 쓰며 살겠다고 다짐한 시간도 어느새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쓴 글들은 600편이 넘어가고, 책도 한 권 냈다. 누군가가 볼 땐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선 '겨우 그것밖에?'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내게 있어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글을 쓰면서 정말로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마주할 때였다.



출근해서 일할 때만 해도 '퇴근하면 글부터 써야지'라고 다짐했던 것과 달리, 퇴근하고 나면 귀찮다며 누워있는 나를 볼 때.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놓고서 몇 시간 동안 유튜브만 보며 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쓰지 않은 나를 볼 때. 내 안의 의지박약과 게으름, 나태를 마주할 때마다 올라오는 자기혐오는 "평생 글을 쓰겠다"며 호기롭게 말했던 과거의 나를 비웃곤 했다. '이 정도도 못하면서 평생 글을 쓴다고? 퍽이나 잘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크게 2가지 선택을 한다. 자기혐오를 견디며 계속하던지, 아니면 그것을 견디지 못해 하던 것을 그만두던지.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자기혐오를 견디며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좀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 순간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내 안의 목소리가 '겨우 그 정도밖에 안돼?'라고 말하면 잠시 고민한 후 대답한다. '응. 그런 것 같네. 대신 좀 쉬고 나면 다시 할 수 있어.' 여기서 중요한 건 계속 인정만 반복하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하기 싫은 마음을 인정하고 푹 쉰 후, 결국엔 그날 할 것은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안의 나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거봐,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했지?'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카페 2층 한구석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조용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왔지만, 결국 노트북을 펼친 건 나다. 아직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지금 이 글도 과연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런 의심을 안고서도 계속 써 내려간다.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스스로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일이니까. 오늘 한 편의 글을 완성한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내 안의 나에게 말할 수 있다. "거봐, 결국 또 해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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