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과 타이밍
"관장님 분명 배운 대로 동작을 정확히 했는데 기술이 자꾸 실패해요"
제자들을 지도하다 보면 이런 하소연을 많이 듣는다. 아마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나는 주짓수 기술을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두 가지 재료로 '동작'과'타이밍'을 얘기한다.
당연히 기술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정확한 동작을 익혀야 한다. 여기까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작을 정확히 했는데도 기술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짓수 초보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분명 기술 수업 시간에 연습할 땐 잘 되던 기술이 스파링에서 사용하려고 하면 자꾸 실패한다. 기술 수업 시간에 연습하는 것은 '동작'이다. 그립을 어떻게 잡는지, 각도를 어떻게 만드는지 등이 동작이다. 그럼 타이밍은 언제 연습하는 것일까?? 맞다 스파링이다. 스파링을 통해 타이밍을 연습하는 것이다. 기술 연습 시간엔 파트너가 기술을 성공시킬 수 있게 저항 없이 친절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스파링은 완전 반대다. 기술에 어떻게든 걸리지 않기 위해 저항한다. 때문에 동작만으로는 기술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예를 들어 상대를 뒤집어 넘기는 스윕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립과 각도는 정확하게 만들었지만 이미 상대가 눈치채고 중심을 반대로 옮겨버리면 타이밍은 지나가 버린 것이다.
반대로 타이밍은 기가 막혔지만 넘기려는 방향의 상대 팔을 놓쳤다면 동작이 잘 못 되어 실패한 것이다.
이렇게 기술을 동작과 타이밍으로 나눠서 생각하면 많은 이점이 있다. 스파링 후 셀프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본인의 스파링을 되돌아보며(영상을 찍어놓으면 가장 좋다) 동작이 잘 못 되었는지 타이밍이 안 맞았는지 찾아내는 것이다. 만약 동작이 잘 못 되었다면 드릴(주짓수에서 반복연습을 드릴이라고 한다.)을 통해 동작을 더욱 정확하고 정교하게 갈고닦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드릴 훈련은 정확한 타이밍을 잡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주짓수의 슈퍼스타 '레안드로 로' 선수는 인터뷰에서 본인은 드릴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오해한 주린이(주짓수 초보를 가리키는 말)들이 많다. 드릴이 중요하지 않아서 드릴을 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 아니다. 이미 그 정도 수준이 되는 선수들은 본인이 사용하는 기술의 '동작'은 완벽에 가깝게 몸에 익혀져 있다. 그렇기에 동작 연습을 할 시간에 스파링을 통해 '타이밍' 연습을 더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슈퍼노말'의 저자 주언규 작가는 책에서 '실력'과 '확률'의 영역을 부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력은 동작, 확률은 타이밍이다. 실력과 동작은 노력한 만큼 향상할 수 있다. 그러나 확률과 타이밍은 운의 영역이다. 운의 영역은 노력으로 향상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정상급 선수들도 실수를 하는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려고 아무리 번호를 연구해 봐야 소용없다. 로또를 최대한 많이 사는 것이 당첨 확률을 높일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며 이 부분을 잘 대입시켜 본다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