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하나 다시 둘.

by 김한호

오늘은 내가 죽는 날이다.

아니, 너가 죽은 날이다.

뭐가 되었든 우리는 죽어버렸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길고도 길었다. 너와의 기억은,


너의 눈을 나에게 줘.


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눈으로 세상을 볼게. 숲도, 산도, 바다도

다 보여줄게.

그렇게 함께 세상을 느끼는 거야.




눈을 떴다. 잠에서 깨었는지 꿈에서 깨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나의 눈은 내가 항상 바라보던 갈색의 눈동자를

가졌고, 그 눈에는 여전히 나의 모습이 비쳤다.


새하얀 가루가 든 통.

내 품에 안긴 너는 오늘따라 무거웠다.

새하얗고 부드러운 촉감이 너를 연상케 했다.

나의 사랑, 이것은 나의 사랑이자 삶이자

전부이자 우리가 서로 사랑했다는 증거.

우리가 여전히 우리라는 증명이다.


우리가 없는 세상은 여전히 그저 세상이었다.

나는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세상에 있다.

하지만 나의 세상은 이제 이 통 안에 똬리를 틀었다.


나의 생활은 이제 이 통에 국한되었다.

흰색의 부드러운 것을 먹고,

너를 만지며 느끼고, 대화에 잠겼고, 생각을 나눴다.

밤이 되면 내 품에서 고이 잠든 너를 쓰다듬었다.


너와 내가 다시 우리가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다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우리가 함께 걷던 길을 한참 동안 걸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었다.

이제 내 앞에는 너가 아닌 거울이 하나 있었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은 여전히 사랑이 흘러넘쳤다.


이 세상에 너는 없지만, 나의 세상에는 여전히

너가 존재한다.

이 세상에 더 이상 우리는 없지만 분명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내일은 어떻게 할 거야?

그야 나는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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