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노트북은 환상일까? 50대에 작한 노마드의 하루

직함을 떼고 '내 이름 석 자'로 일하는 하이브리드 워커의 하루

by 송작가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고 하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요즘 무슨 일 하세요?"

그들의 눈빛에는 휴양지 선베드에 누워 가끔 노트북을 두드리는 여유로운 모습, 혹은 뚜렷한 소속 없이 떠도는 불안정한 모습에 대한 양극단의 호기심이 담겨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나의 하루는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짜여 있다.


'OO기업 부장'에서 '1인 마이크로 기업'으로

과거에는 내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과 직책 하나면 나를 설명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스스로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1인 마이크로 기업'이자 하이브리드 워커다.

현재 나의 주된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위한 IT 인프라 및 시스템 구축 컨설팅이다.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문제 해결 노하우는 이제 막 시스템을 세우려는 조직에게 작지만 든든한 나침반이 된다. 화상 회의로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고, 클라우드 환경에서 아키텍처를 설계해 넘겨주는 방식이다.

둘째는 후배 개발자와 실무자들을 위한 온라인 멘토링 및 강의다. 내가 겪었던 삽질을 후배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꽤 즐거운 일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지금처럼 나의 경험과 지식을 글로 남기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삶도 다지고 있는 단계이다. 머릿속의 복잡한 로직을 코드로 짜던 내가, 이제는 삶의 인사이트를 문장으로 엮어내고 있다.


노마드의 업무 환경을 지탱하는 'IT의 기술'

이 모든 것을 물리적인 사무실 없이 해낼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내가 다루어왔던 'IT 기술' 덕분이다.

나의 모든 업무와 자료는 클라우드 위에 존재한다. 태블릿과 가벼운 노트북, 그리고 안정적인 와이파이만 있다면 내가 머무는 제주도의 작은 카페도, 치앙마이의 코워킹 스페이스도, 심지어 거실의 식탁도 순식간에 완벽한 워크스페이스로 변신한다. 협업 툴과 일정 관리 앱을 활용해 나만의 '개인 업무 시스템'을 세팅하고 나니, 오히려 출퇴근에 버려지던 시간과 불필요한 회의가 사라져 업무 생산성은 훨씬 높아졌다.


진짜 자유는 스스로 통제하는 하루에서 온다

누군가 정해준 9시 출근과 6시 퇴근은 사라졌지만, 나는 나만의 코어 타임을 정해 철저히 지킨다. 아침 산책으로 머리를 비우고, 가장 집중력이 좋은 오전에 컨설팅과 기획 업무를 처리한다. 오후에는 느슨한 연대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글을 쓴다.

50대에 맞이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매일 휴가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일과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내가 쥐고,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일하는 방식을 재창조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서버에 접속해, 어제보다 조금 더 최적화된 하루를 코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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