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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Jan 01. 2023

관리자의 표상---후배에게 들려준 경영기법(유부웅)

관리자의 표상---후배에게 들려준 경영기법(유부웅 본부장)

  2022


나는 T발전본부장으로 부임하는 후배 H에게 유부웅 본부장의 실화를 얘기해 주었다. 

보령화력에서 유 본부장이 많은 시간을 외부 기관과 지역주민 행사에 할애하는 것을 봤다.

발전소와 지방민의 돈독한 우의를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본부장이라는 직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를 확실하게 보았던 것이다. 발전소에 적대적 감정을 가졌던 지역주민과 기관장들이 우호

적인 자세로 바뀐 것은 본부장의 너른 인품으로 폭넓은 대외활동을 한 덕분이었다.

 

 1980년대. 보령화력발전소가 있는 보령군 은포리 김 양식장 보상문제로 보령군이 떠들썩하던 시기인데, 그야말로 광활한 뻘 밭에 끝도 없이 세워놓은 김 양식장 나무기둥들이 엄청나게 펼쳐져 있는 김 밭, 수백대의 경운기가 줄을 이어 김 밭을 드나들던 시절이다. 

한 겨울에 이뤄지는 김 양식업. 어느 해는 바닷가까지 다 얼어붙은 날, 줄을 지은 김 채취선을 촬영하여, 한전미술대상에서 사진부문 장려상을 받은 바 있는 보령군 주교면 은포리 풍경이다.

어민들은 발전소 온배수 때문에 김 양식을 망쳤다면서 당시로서는 무척 큰 돈인 180여 억원을 보상받고 어장을 포기했다. 실로 황당한 사건이었다. 

김 양식장의 대부분은 서울 사람들 소유라, 은포리 주민이 받은 돈은 얼마 안 됐다는 후문이고, 양식이 지속되었더라면 해마다 막대한 김을 수확했을 텐데, 발전소 때문에 망쳤다고 일시불로 그 돈 받고 김 양식 어장을 폐쇄하다니, 황당했다. 

 김 양식은 강우량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비가 너무 많이 와 강에서 바다로 흘러오는 물이 많으면 바닷물 염도가 낮아짐으로써 김 생육에 지장이 크다는 것도 그 때 알았는데, 그 해에 일어난 특별한 현상이었을 것 같은데도, 그들은 발전소 핑계를 대면서 황금어장을 포기해버렸다. 차라리 손실만 적절히 우겨서 보상받고, 양식은 계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 보상 때문에 발전소에는 어민 데모가 며칠 계속 벌어지고, 어민들은 능숙한 솜씨로 밧줄을 걸어 수십명이 ‘엿싸엿싸’ 잡아당겨 정문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타결을 본 직후, 유부웅 본부장이 부임했다. 유 본부장은 한전의 선배이기도 하지만, 사적으로는 삼척공고-공전 선배라서, 내가 사적인 감정에서 이 글을 쓰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데, 이 글의 요점은, ‘지방의 대단지 발전소 책임자가 대외적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잘 가르쳐 주셨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유본부장님은 서울에서 보령으로 부임하던 날 발전소 소재 보령시 주교면사무소와 그 옆의 소방서에 들러 먼저 인사를 하였는데, 역대 그런 일이 없던 터라, 이런 새 본부장이 부임했다고, 보령에서는 좋은 소문이 쌱~ 돌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윽고 발전소 진입도로변에 있는 토정 이지함 선생님 묘소에 참배도 하였다.

부임하자 마자 보령 출신 직원 한 명을 선발하여 지역협력부에 배속시키고, 지역의 서른 곳이 넘는 기관장들과 본격적인 교류와 친분 쌓기에 들어갔다. 

그 직원은 각 기관장의 세세한 행사일정을 파악하고, 지역주민 행사를 파악하여 좋은 자리를 연결함으로써, 뜻깊은 자리에 참석한 본부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도록 하였다. 

각종 기관장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많은 행사에 적극 참석하니, 차츰 지역민들과도 터놓는 사이가 되자, “아이고, 우리 본부장님이 여기까지 찾아주셨군요”라면서 모두들 반겨주게 되었고, ‘발전소는 우리를 도와주는 좋은 공기업’이라는 인식이 저절로 확산되었다. 

딱 1년이 지나자 지방의 기관장들과는 물론, 지방민의 여론이 완전하게 우호적으로 형성되었다.  

 유 본부장님은 보령본부 내에 있는 몇 명의 1직급 처장과는 전혀 다른 일을 했다. 

각 처장들이 내부적으로 직원들과 기술적 업무를 잘 처리하고 있다면, 본부장은 거의 매일 기관장 또는 지역행사에서 외교적 업무를 수행했다. 

 보령화력본부는 공유수면 포함, 약 150만평의 터에 세운 중요한 국가 산업체이다. 이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 한전은 ‘보령댐’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큰 2천억 원의 공사비 투자를 통해 충청 서부지역 식수 해결은 물론, 이 지역 큰 공장의 공업용수 문제까지 해결하였다. 이런 배경으로 건설된 소중한 자산을 지방민들과 알력없이 원활하게 관리하는 일은 본부장의 큰 임무

였다. 유본부장은 특히 지방문화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문화행사에도 많은 지원을 했다. 이러한 본부장을 통해 거대한 발전단지의 최고 책임자가 해야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우리 후배들은 많은 것을 깨달았다. 

1992년에는 한전 전체 1직급 처장 중에서 단 한 명 선발하는 청훈상을 수상한 탁월한 경영자다. 그런 경영능력을 발휘하여, 보령지역 기관장과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무엇이라도 발전소가 협조하거나 도와줄 일이 없는지를 찾아서 일하는 친근감은 아무나 가진 품성도 아니고, 누구나 가진 품성도 아니다. 타고난 후덕함으로, 낯선 사람과의 관계도 편하게 하고, 공공기관이라 해서 막연히 멀리하려는 심리를 갖지 않고,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거나 우리와 ‘공생 공락’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넓은 마음으로 본부장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간 것이다.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발전소 총괄 책임자 본부장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후에 한전 본사 전무로 영전한 유본부장에게, 이별의 아쉬움은 크지만, 승진 영전에 지방민들은 아낌없는 축하를 해 주었다. 


이 이야기에 H후배는 “참으로 귀감이 되는 조언 감사합니다”라며 내게 고마워했다. 아마도 그가 맡은 사업소의 경영도 잘 할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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