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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Dec 03. 2021

천사의 심판

타로 20번 심판 카드 이야기



심판 카드에 그려진 천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의 음성을 기록한다.







천사의 심판, 그림: 진우




 내가 부는 나팔소리에 눈을 감아봐. 손을 쭉 펴고 햇살의 감촉을 느껴봐.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 온기에 감각을 맡겨봐.



이제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것 같아. 이야기가 끝날 때쯤 너는 또 다른 에너지를 얻게 될 거야.




너의 유년기부터 편안한 날이 없었지. 아빠의 외도로 이혼 후, 4남매를 힘겹게 키운 엄마를 보며 자란 너는 감정 표현이 서툴렀지. 불안이 너의 밤을 파고들어 잠을 못 잤고, 말더듬이 증상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았어.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인 너는 재수를 해서 대학에 가겠다고 엄마를 졸랐어.


"엄마 첫 학기 등록금만 내주세요. 나머지 학비는 학자금 받고 취업해서 갚을게요.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해서 용돈도 벌어서 쓸게요."


취업해서도 공부에 대한 미련으로 낮에는 돈을 벌고 야간학교를 다니며 석사학위를 받았어. 회사도 6개월 계약직으로 들어갔지만, 우수사원상까지 받으며 다니게 됐지. 너는 말더듬과 무대공포증이 있음에도 대학 강의를 10년째 하고 있어.


사람들은 네게 '우아한 백조' 같다고 했어. 아이도 키우면서 강의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것 하면서  인생을 즐기며 산다며 부러워했지. '남편 빽이 좋은 건가, 아님 운이 좋은 건가.' 하면서 비아냥 거렸어.



그럴 때 너는 그들을 향해 가벼운 미소 짓더라. 시간을 쪼개고 하루, 한 달, 일 년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너를 지독하게 달련시켰어. 그리고 그 일이 몸에 익숙해지면 다른 일을 찾았지. 그렇게 너 안에 너를 겹겹이 쌓으며 지금껏 살아왔어. 


타인과 경쟁하기보다 어제의 너와 경쟁하며 살아온 너를 칭찬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야.

지금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거 알아, 과로하면 이석증과 디스크로 몸이 병이 나서 아프기도 하다는 것도. 달릴 때도 있지만 멈춰야 할 때도 있음을 꼭 기억해. 그 '쉼'이 너의 몸의 감각을 지켜줄 테니.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이젠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봐. 비워내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어. 그 안에 분명 네가 놓치고 간, 아니 놓아버렸던 중요한 게 있을 거야. 너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얻었고 쌓았어. 그것을 세상과 소통하며 나누길 바래.


천사의 선물, 그림: 진우


나는 천사가 남기고 간 마지막 말을 나지막이 내뱉었다.


"너에겐 너 자신을 바꿀 힘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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