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나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
나도 모르게 치솟는 감정
적어도 나는 그랬다. 아무 일 없이 잠들고 아무 일 없이 눈을 뜬 어느 날 아침, 원인 모를 우울함이나 이유 없는 짜증이 치솟았다. 평소 같았으면 웃어넘길 일들도 그날따라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그런 내 모습이 내가 봐도 참 별로였다. 주변 사람들이 오늘 무슨 일 있었냐며 물어볼 때마다 오늘의 나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기에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어떤 날에는 친구의 평소와 같은 장난에 화를 내기도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주고받던 장난이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 된 것이다.
'오늘따라 내가 왜 이러지, 피곤해서 그런가'
라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누워 내일은 다시 평소처럼 지내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단 하루만 이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니다. 이따금씩 원인 모를 감정에 사로잡혀 하루를 보낸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날에는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는 자신의 역량에 실망하기까지도 한다. 어디선가 생겨난 내 소중한 감정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에 숨겨진 비밀
사실 인간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화가 났을 때 화를 내는 것, 즐거울 때 즐거워하는 것, 우울할 때 우울해하는 것 모두 말이다. 인간이 가지는 감정은 모든 것들이 인지상정이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인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가 갖는 감정을 탓해서는 안 된다. 다만, 그 감정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 있었다. A를 먼저 만나 식당에 미리 가 있기로 했다. B가 어떤 메뉴를 좋아할지 몰라서 가장 무난한 치킨으로 선택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B가 왔지만 왜 치킨집으로 왔냐며 짜증을 냈다. 훗날 무슨 생각이 들었냐 물었을 때 B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치킨 싫어하는 걸 모르나? 왜 물어보지도 않고 여길 온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날, 셋이 다시 모였다. 이번엔 B를 먼저 만났고 B가 좋아하는 횟집에서 A가 오기를 기다렸다. 회와 술을 어느 정도 먹었을 즈음 A가 도착했고 웃으며 대화하다가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A는 음식 중에서도 날 것을 못 먹는다. 즉, A는 그날 회를 먹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A에게 똑같이 무슨 생각이 들었냐 물었을 때 A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회를 못 먹는 다는 걸 몰랐나 보다. 나중에 이야기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A와 B는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반대되는 감정을 표출했다. 그 속에는 그들이 가진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곧 어떤 감정을 갖느냐가 되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화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그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가진 '생각' 뿐이다.
이유 없는 감정은 없다
감정은 생각으로부터 나온다고 나름 깨달은 날부터 나는 사색하기 시작했다. 문득 우울한 날, 떠오르는 생각들의 꼬리를 물어본다. 꼬리의 꼬리까지 끊임없이 물며 탐구하다 보면 어느새 우울한 감정들도 사라지고 없다. 이 외에 어떤 감정이든 마찬가지로 탐구한다. 화가 날 때에도, 마냥 행복한 순간에도 내 생각을 바라보는 일이 습관이 됐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어떤 감정이든 그 속에 이유가 다 있었고, 그 이유들은 다 내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날 때는 화를 내고, 슬플 때는 우는 것이 인간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감정을 느낀다는 그 자체를 탓해서는 안 된다. 다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해도 보다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