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빠 사이에는 왜 통역이 필요한 거죠?

대화법도 공부합시다

by Jina가다

“왜 얘는 메일만 보내고 연락을 안 하지?”

“당신이 먼저 간단히 톡 해요.”

“너무 자주 연락 넣지 말라면서... 아쉽게 하라면서?”

“에고, 이럴 때는 자기가 먼저 넣어야지. 밀당을 좀 하라고!”


해외로 간지 세 달 된 아들에게 너무 자주 전화와 문자를 넣자, 아들은 귀찮은 듯 전화를 받았다. 단답형 문자로 아빠를 섭섭하게 했다. 옆에서 보니 남편은 덜렁거리는 아들을 염려하다 못해 불만족스러워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조언을 한 마디 했었다.


“돈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걔가 먼저 연락할 거예요.

좀 아쉽게 만들어 봐요. 연락도 조금 뜸하게 하고...”


숙소 사용료가 밀려 있다는 학교 측 소식을 그대로 전달한 아들 메일에는, 간단한 설명이나 인사말도 없었다고 한다. 남편은 아들의 무례함에 정말 섭섭해서 삐진 것이다. 시간을 보니 아들은 한창 바쁜 수업시간이다. 남편에게는 ‘메일 건으로 연락을 달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라고 이야기했다. 아들에게서 ‘20분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답이 왔다. 그 사이 나는 아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들아, 아빠께 숙박비 메일만 그대로 보냈니? 연락드려요~”


20분 후, 남편은 아들과 한참 동안 통화를 했다. 그것도 염려하는 말들로 가득.

심지어는 아들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신나게 얘기해 주었던 주말 아르바이트 건까지 남편은 꺼냈다.


“학생이 교외 아르바이트 하는 게 가능해? 아이고 다치니 하지 말지... 귀한 몸을 잘 보존해라.”


남편이 최대로 절제하며 통화를 하는 동안, 옆에 있던 나는 그가 말을 주의하고 조절하도록 소리 없이 손과 발을 흔들어 댔다. 전화를 끊은 남편은 다시 얘기한다.


“어!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못 물어봤네. 당신이 다시 전화해 봐.”

“여보~ 그만.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연락 없으면 잘 있는 거예요."


세 아이 중 유독 입이 무겁고 쿨한 성격의 아들이다.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싫어하고 간단명료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편이다. 그런데도 본인이 말하고 싶을 때는 유머가 가득 담긴 흉내 내는 말로 배꼽을 쥐게 한다. 말하고 싶을 때는 본인 얘기를 다 풀어놓는 아들이기에 그다지 염려하지 않는다. 사실 말을 잘 꺼내 놓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이 된 아이들과 대화를 잘하는 일은 나도 어렵다.


전화를 끊고 수업에 들어간 아들에게는 다시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바쁘지? 난 네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아 보여. 그래도 제일 잘 보여야 할 분은 아빠시니라. 사회생활 선배로 아버지의 염려니,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는 잘 챙겨도 좋아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신경 쓰시는 중. 잘 지내~^^"



아들과 통화로 저녁 산책시간이 한참이나 늦어졌지만 밖으로 나갔다. 아직은 초봄의 찬 바람 부는 밤이라 그의 주머니에 함께 손을 넣었다. 오늘 일들을 이래저래 꺼내며 발박자를 맞춰 걸었다.


“당신은 나보다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 그런데, 아들이라 생각지 말고 옆집 청년이라 생각하고 조언을 해요. 무엇보다, 아이가 말하도록 질문을 잘 던져놓고 그냥 들어줘봐요.”


“하... 나도 직원들에게는 안 그러는데, 애들한테는 왜 이렇게 말이 나가는지 모르겠어.”


“다들 그렇겠지 뭐. 무조건 칭찬거리 먼저 찾아주고 그다음에 짧게 조언해요. 애들도 엄마보다는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어 해요. 내가 준 <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 짬 내서 읽어봐요. 도움이 될 거예요. 부모들도 성인 아이들과 대화를 잘하려면 공부해야 한다니까. 나도 그 아들은 어렵네."


데일 카네기 시리즈를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다가 종이책을 주문했었다. 그중 회사 생활과 자녀와의 관계 속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남편에게는 대화론 책을 일주일 전에 건넨 터다.




당신이 어떤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주변에 어떤 친구가 있느냐를 보여준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기 자신이다. 다른 사람에게 그의 관심사에 관해 말하게 하고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야말로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다. 말을 많이 하거나 적게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다. 생생한 비유를 사용하라.
-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




오늘 남편과 대화는 만족스러웠다. 그의 고민을 말하도록 귀 기울여 잘 듣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느끼도록 했으니 충분하다. 엄마보다 강한 아빠의 자식사랑을 아이들이 잘 알리는 없겠지만, 나는 또 계속 통역을 할 터이다. 두 남자의 대화가 꼬이지 않도록.

초등학생까지는 잘 놀아주다가도 중고등학생이 되면 어려워하는 아빠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참 안타깝다. 옆집 엄마를 통해서 그리고 책과 방송을 통해 엄마들은 자녀들과 대화법을 계속 익혀가기 때문이다.


청년이 된 자녀들과의 대화는 또다시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청년이 되면 인정해 주고 잘 들어주면 된다. 그것으로도 60프로는 성공이다. 엄마의 통역이 필요 없는 성인 아들과 아빠의 모습을 간절히 바라며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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