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보니 맛집이 맞군요

첫인상과는 다른걸요

막내아들은 미식가이다. 어릴 적부터 먹고 싶은 음식은 항상 구체적이었다. 견과류가 들어간 호떡이랄지, 초코가 묻은 크로와상이나 호두타르트 등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한다. 그리고 외출 후 돌아와서는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부탁을 하는 바람에 막내의 원하는 메뉴대로 밥상이 차려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음식을 좋아하던 아들이 체중관리를 위해 닭가슴살과 야채를 씹으며 먹방을 뚫어지게 보는 모습이란... 웃음과 함께 눈물이 났다. 웃프다는 표현은 이런 때를 위해 있나 보다.

그런 아들이 헬스장을 다녀오면서 오늘은 함께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 했다. 집에 있던 우리 셋은 함께 점심 외출을 나섰다. 부산 맛집 탐방이라니 운전하는 손길이 즐거웠다. 중국풍 인테리어와 중국인 요리사를 기대하며 목적지를 향하는데 아들의 설명은 이랬다. 동래고 앞에서 장사를 하는 곳인데 남학생들이 점심시간에 교문 밖을 나와 학기 중에는 복잡한 인기 소란다. 가격에 비해 맛과 양이 만족스러워 줄 서서 먹는 곳이라는 아들의 말에 또다시 기대하게 되었다.

동래시장을 지나고 골목골목을 지나쳐서 주차를 하고 현관 앞에 서니 작은 출입문... 에게게? 문을 열고 7개의 테이블을 보니 헐!  바로 옆 오픈된 주방을 보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바쁜 손길들이 힐끗 보인다. 손님들은 순서대로 좁은 자리를 계속해서 차지하고 주문 전화는 연속해서 울리는데 대처를 그렇게 잘할 수가 없다. 위생에 대해서 크게 꼬집고 싶은 부분도 보이지는 않았다.

치워진 테이블에 앉아 탕수육 작은 것, 간짜장 곱빼기 그리고 짬뽕을 시키고 셋은 각자의 느낌을 얘기하느라 조용조용 입을 모았다. 행주로 상을 닦아 낸 자리를 휴지로 다시 닦아내는 나를 보며 아이들은 웃는다. 나의 불만족스러운 모습이 언듯 비쳤나 보다. 다른 상으로 주문된 음식들이 전달되는 것을 보니 양이 꽤 많고 맛있어 보였다.

드디어 식탁에 수북한 탕수육이 전달되고 우리 셋의 입에서는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가격에 이렇게 많은 양의 탕수육이라니... 아들 딸과 함께 먹으면서 좋은 점은 젊은이들의 취향과 새로운 방식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둘은 죽이 척척 맞는다. 소스는 절반 붓고 절반은 찍어 먹는다. 부먹 찍먹으로 싸우지 않게 말이다. 간짜장과 짬뽕도 잘 나누어 고루 맛보게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든다. 탕수육을 맛보며 나는 불만이 사라졌다. 간짜장과 짬뽕의 쫄깃한 면발과 푸짐한 내용물에 감탄만 계속하며 음식을 먹게 되었다. 계산하며 나오는 발걸음은 흥얼거리며 즐거울 정도로 가벼웠다.

아들의 어깨는 으쓱이다. 부산 3대 탕수육 집이 맞나 보다. 덕분에 나는 부산의 맛집을 잘 누렸다.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많은 대접을 받고 온 기분이랄까 만족감이 더했다.

가끔 블로거들의 글을 방문하다 보면 소문만 무성한 곳이 많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파워블로거라 해서 서로 이웃을 신청하기도 하고 자주 방문을 해봤어도 실망스러운 곳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취향과 관심을 따라 이웃을 신청하고 방문해보면 작은 곳이어도 정말 흐뭇하고 배울 수 있는 블로거들이 있다. 글을 정말 잘 쓴다 싶어 몇 차례 방문하다 보면 사람들의 보는 눈은 똑같은지 어느새 방문자가 급속히 늘어나 있다.

내가 저장하고 있는 이웃 주소들은 몇 가지로 분류해서 방문하고 참고한다. 물론 자주 방문하는 글 맛집도 있다. 영어에 영향을 주는 이웃, 감동적이고 구성력 있는 글을 잘 쓰는 이웃, 모임을 이끌어 가는 리더 이웃, 책을 낸 경험이 있는 작가 이웃 그리고 나를 자주 방문해주는 1차 이웃들... 그 외에 10개의 분류로 나누어 나만의 블로그 맛집을 가끔 찾아간다.

오늘의 탕수육 가게처럼 그렇게 발견해 낸 글 잘 쓰는 글 맛집들이 제법 있다. 좋은 글들로 계속 번창하시길...

나의 블로그도 작지만 작은 글 맛집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