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의 중동 여행

(UAE를 누리는 용감한 할머니)

by Jina가다

20도씨로 떨어진 실내 차가운 공기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추운 공기에 기침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급했다. 보일러를 가동하고서도 쉽게 따뜻해지지 않아 고장 난 것은 아닌 지 오래된 보일러 스위치를 자꾸만 만지작거렸다. 일주일이 넘도록 내려앉은 먼지를 닦아내고 여행 동안 사용한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빨랫감을 보면서도 입었던 장소와 체험들이 기억났다. 사막을 걸었던 청바지와 흰 티셔츠, 두바이몰을 활보하며 신었던 운동화와 청원피스는 즐겁고도 정신없이 바빴던 여행을 다시금 생각나게 했다.



내게 남겨진 것은 벌써 가물가물해진 기억과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부지런히 찍었던 천오 백장의 핸드폰 사진들뿐이다. 가끔씩 메모해 놓은 수첩과 폰 속의 메모장은 세세한 기억들을 다시 꽃 피워준다. 조금 전 책장에 세워둔 친정 엄마와 여행 중 찍은 사진이 반갑다. 상술이 좋은 아랍인은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준 후 바로 인화해서 사진첩을 판매했다.


중동의 사막에서 낙타 옆에 다정히 앉은 모녀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몇 시간 전 동생에게 걸려온 전화 내용이 기억나서였다. 무사귀환을 확인하려 엄마께 전화드린 여동생에게 엄마는 여행이 좋았다면서 친절한 사위와 따뜻한 아이들의 선행을 자랑하셨다 한다. 음식과 여행 일정을 극찬하셔서 들뜬 목소리가 전화로도 전해졌단다. 우리 가정의 수고를 고마워하는 동생의 격려가 고마웠다. 엄마의 과한 칭찬을 비교나 섭섭함으로 듣지 않고 감사함으로 여겨주니 말이다.



70세의 모친을 모시고 시작한 일주일간의 타국 여행은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웬걸... 엄마는 50이 다 된 나보다 더 잘 걸으셨고 20대인 손녀보다 더 부지런히 체험에 적극적이셨다. 처음에는 가족에게 짐이 될까 봐 부담을 가지시나 보다 했는데 엄마는 모든 일정을 즐기고 계셨다. 특별한 상황들을 감사함으로 생각하고 누리신다는 것이었다.


사막 사파리의 거친 일정 중 모래 위 모서리로 달리는 스릴에도 함께 환호하셨다. 끝없이 노 젓는 바다 카약에도 즐겁게 함께 하셨다. 몽골에서 진즉 맛보았다는 양고기도 즐겁게 뜯으셨고 할랄 음식들도 오히려 다음 여행을 위해 배불리 채우셨다. 왕궁 카페에서 금가루 카푸치노는 기품 있게 맛보고 비행 중에는 영어로 묻는 외국 승무원에게 뜨거운 물을 한국말로 당당히 요구하셨다. 궁금함이 많은 아이처럼 자꾸만 내게 “이건 뭐야?”를 물으셔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70세의 할머니가 씩씩하게 누린 여행은 할머니의 이야기로 풀어주셔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사막사파리의 아찔함...



일요일 아침에는 호텔방에 모여 여섯 가족이 예배를 드렸다. 돌아가며 감사를 드리는 동안 감격으로 떨리는 할머니의 기도소리에 함께 울컥해져서 눈물이 났다. 성인이 된 손자 손녀와 함께 감사를 많이 누릴 수 있는 시간들에 감격하셨다는 것이다. 예배가 끝난 후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당신은 민망해하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진심은 우리를 모두 감격하게 했다. 노인의 진정한 말과 감사는 젊은이들을 감동하게 한다.



때로 나의 돌봄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딸의 말이 섭섭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수고했다, 고맙다고 인사해준 엄마의 따뜻한 감사가 마음 깊이 남는다. 피곤으로 지친 엄마의 얼굴과 쭈글 해져 부끄럽다며 가리던 엄마의 두 손을 기억한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준비해 오신 당신의 비싼 에너지 파우더를 기억한다. 그냥 오시라며 맘 편히 오게 해 준 사위의 말에 너무 마음 편히 왔다며 대가족 식사를 두 번이나 대접해 주신 따뜻함도 기억한다. 캐리어 하나와 배낭을 감당하며 씩씩하게 따라 걸어오셨던 어머니의 걸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 여행을 또 함께 기대해 보며 건강하시길 기도하게 된다. 격리기간에도 즐기시겠다던 엄마의 여유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