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캐리어 공간을 내어주는 것

엄마의 사랑은 지속된다.

by Jina가다


사랑은... 내어주는 것.

사랑한다면 캐리어의 한 면을 비워줘야 할 것 같다.

공항의 제한 무게를 나눠줘야 할 것 같다.

이것도 사랑의 표현이기에...


26인치 캐리어를 열고서 딸아이의 옷가지와 신발을 담아보니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에 16일간 여행할 내 의류와 물품을 채워야 할 판이다. 아무래도 아들의 28인치 캐리어 절반에는 식료품을 담아야겠다.




사정은 이렇다. 딸아이가 해외 인턴으로 떠난 지 5개월 되어간다. 다른 나라를 포함해 타 지역에 사는 다섯 명 가족이 각기 다른 일정들로 합류해 3개국을 여행하기로 했다. 나는 장기간 해외여행으로 들떠 있었는데, 딸의 입장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조금 불편한 해외 생활 중 본국에 사는 엄마가 방문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위로해 줄 수 있는 엄마 말이다.

그래서 딸은 한국 식료품과 못 가져간 겨울 옷가지들을 부탁했다. 내 딴에는 딸아이가 욕심을 내서 별것을 다 챙기려 한다는 괘씸함이 올라왔다.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참기름과 초고추장 그리고 맛술과 김발 등도 요청했다. 붕어빵틀은 너무했다 싶어 브레이크를 걸었더니 딸의 답이 너무 슬펐다. 그래서 다 들어주마 했다.


“해외살이 해보셨습니까”

“먹고 싶은 거 있는데, 절대 못 구하는 설움을 아시나요”

“엄마가 한인 마트도 없는 개도국 해외 생활의 서러움을 아실까요. 아빠는 구내식당에서 한식이 나오지만, 저는 아니거든요^^”


“아고 넵!”


해외 택배가 쉽지 않은 나라다. 배송비뿐 아니라 받을 때는 킬로 당 만원을 세금으로 더 내는 곳이다. 한 차례 대량 택배를 보낸 후, 더 필요한 것은 이번 여행에 들고 가기로 약속했었다.


딸 입장에서 생각하고 나니 불만은 사그라졌다. 오히려 작은 부끄러움이 꿈틀댔다. 얼마 전 며느리 출산을 도우러 미국으로 가던 이웃이 기억났다. 그녀는 택배를 두 박스 먼저 보내고도, 대형 캐리어 두 개나 끌고서 출국했다. 온통 아들 며느리와 손주들 위한 음식과 선물로 가득한 짐이었다. 그게 엄마의 마음인데.


아이들 어렸을 때는 다 내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자녀들이 본인을 스스로 챙길 수 있는 성인이 되면서, 오히려 보호받고 챙김을 받고 싶은 욕심이 들어온다. 때로 주는 것이 아까운 순간도 있다. 딸이 내 옷장에서 쇼핑을 하거나 아끼는 물건을 욕심 낼 때면 거절도 한다. 특히나 시간 내어 도움 줘야 하는 일에는 시간의 정도와 일의 중요도를 가지고 흥정할 때도 있다.


물론 성인으로 자라난 자녀에게 계속 퍼주는 화수분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다 주고 싶어 하는 어미이고 싶다. 사랑이 고갈되지 않게 따뜻한 엄마 마음은 계속 채워놓고 싶다. 거절은 할 수 있으나 원망과 섭섭함으로 상처 나지 않도록 사랑은 먼저 깔아 두려 한다.


결혼을 한 후에야 내 것을 제대로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가치가 적다 생각하던 가사 노동에도 정성을 쏟았다. 나보다 남편이 빛나도록 마음을 붓기도 했다. 자유와 편함을 포기하고 가정을 세우는데 서로를 희생했다.

부모가 된 후에는 더 많이 퍼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아이가 아플 때는 내가 대신 아프기를 기도했다. 젊은 시절 대부분은 세 아이들에게 주었다. 많은 부모들이 사랑으로 그러했듯이.


중년이 되어 약자들을 위해 시간과 물질 그리고 마음을 기꺼이 줄 수 있는 것은, 부모로서 먼저 연습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를 먼저 비우고 내주는 것이라 훈련했기에.




1인당 35kg의 수하물이 허용된다. 그중 나는 딸아이에게 얼마나 나눠줄 수 있을까.

내 것을 좀 더 비우자고 생각하니 계산이 쉬워졌다. 고생하는 딸아이를 방문하는 엄마로서 말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딸과 손 붙잡고 다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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