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NT Nov 13. 2022

진품 = 명품?

진품이냐, 명품이냐

올 상반기 NFT 미술품 거래가 매우 핫한 이슈였습니다. NFT라는 개념과, 실물이 존재하는 작품만큼 혹은 그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많은 관심을 받았었는데요. 지난 6월 한 경매사에서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등 이미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을 NFT로 발행하여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려다가 중단되었습니다. 작품의 실물을 3D로 스캔해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NFT로 제작한 것인데요. 김환기 재단과 박수근미술관에서는 저작권 동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심지어 작품의 제작 시기가 맞지 않는 점을 들어 진위가 의심된다고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간송미술관은 국보 70호 훈민정음해례본을 NFT로 제작하여 100개 한정으로 개당 1억 원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인터넷 검색에도 이미지가 나오고 속성은 어차피 디지털 파일인데, 일반적인 이미지들과 다른 부분은 무엇일까요? 디지털 자산으로서 소유권과 그에 대한 증명서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훈민정음해례본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NFT화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상징적 문화재인 점, 그리고 이미 원본이 있다는 점에서 훈민정음해례본 NFT의 가치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 경매 회사에서 NFT 화하여 내놓으려 했던 박수근, 이중선, 김환기의 작품(출처: 연합뉴스)

진짜가 아니긴 한데... 고유한 가짜


NFT가 몰고 온 핫한 이슈에 가려 간과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술품이나 문화재에는 원본성의 가치가 있습니다. 거래도 이를 전제로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실물의 진위 여부, 저작권, 소유권이 중요한데요, 앞서 언급한 일들은 이에 혼란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디지털 자산으로 제작한 것이 아닌, 이미 제작된 작품 실물을 NFT화 하는 하는 경우, 실물과 다르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요.

고유성을 부여하는 NFT가 고유성에 대한 의심을 받다니 아이러니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인 NFT는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인식 값을 갖도록 하여 희소성을 보장하고 고유 가치를 부여합니다. 누가 만들었고, 언제 어떤 사람이 사거나 팔았는지, 지금 소유권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등의 정보가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팩트체크가 가능합니다.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말씀!


언제 어디에나 있는 가짜들


그러나. 다시 실물 미술품으로 돌아오면, 진위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위조 기술이 치밀해지기도 했고요, 손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원작임을 증명하는 감정서까지도 작정하고 달려들어 똑같이 만들어버린다면? 골치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가 위조꾼 출신이라는 것을 보면 얼마나 뒷목 잡을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잘 나가는 예술가로 입지를 다지기 전 스물한 살 미켈란젤로는 고대 로마의 대리석 조각품을 위조했고, 위조품은 한 추기경에게 판매되었습니다. 미술사가 바사리는 “고대 거장의 드로잉을 얼마나 완벽하게 베껴 그렸는지, 도저히 원작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세월의 흔적을 입히기 위해 종이를 연기에 쏘여 바랜 것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원작을 보관해두고 대신 베껴 그린 그림을 빌린 사람에게 돌려주기도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1496년 제작 후 일부러 고대의 작품으로 꾸민 <잠자는 에로스> 출처 :위작의 기술, 도서출판 학고재

요지경 위작 논란


진위 감정을 위해서는 작가 특유의 색감이나 개성, 서명의 필치, 주로 사용하는 재료뿐만 아니라 덧칠한 부분, 수정한 흔적 등 제작 과정 전반의 다양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감정사들의 안목 감정에 더해 X선, 원적외선 등 과학 기술이 동원되지만 진위 여부가 시원하게 판가름 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론 내지 못한 판정 불능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이미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대형 옥션에서 진품이라고 보증했지만 감정사는 위작으로 판정한 경우도 있고요. 천경자 작가의 위작 논란은 1991년부터 긴 시간 동안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작가는 ‘내 작품이 아니’라고 하며 절필 선언까지 했는데, 소장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과 감정위원들이 진품이라고 주장한 일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2016년 이우환 작가는 ‘내 작품이 맞다’고 하는데, 위작 범이 가짜임을 자백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누구를, 무엇을 믿어야 할지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준 사건들이었습니다.

천경자의 <미인도> (출처: 경향신문)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옛 서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에 인장을 찍어 남겼습니다. 작품을 가지게 된 소장자도 그 옆에 자신의 인장을 남기거나, 작품에 대한 감상, 시조를 적어 남기기도 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lt;불이선란도&gt;를 보면 여러 개의 인장이 남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lt;세한도&gt;는 소장자뿐 아니라 감상자들인 여러 문인들의 찬사의 글이 더해져 총 10미터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소장 이력뿐 아니라 작품이 어디서 누굴 만났는지까지도 알 수 있는 이력이 됩니다. 후대에 이런 기록은 작품의 위상을 높여줄 뿐 아니라 원본성을 더욱 강화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 걸까요?

미술품은, 특히 거래에 있어서는 실물이, 또 원작의 가치가 우선시됩니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실물과, 진품이 보장되지만 출처가 모호한 또는 실물이 아닌 NFT는 원본성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우리는 작가를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작품이 가진 상징성을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공신력 있는 사람들의 평가를 믿을지.

매번 비싼 작품, 유명한 작가 작품의 거래만 핫이슈가 되고는 하지만 유명하고 비싼 것에 가려서 뭔가 빼먹을 수도 있다는 점! 정작 중요한 것은 누구의 어떤 작품을 사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에게 왔는지 믿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추사 김정희 <불이선란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


https://nant.app/


작가의 이전글 미술 작품의 가격을 만드는 요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