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깔'
우리의 웃음소리에 주변 소음이 아득해질 무렵 방치된 휴대폰으로부터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수화기 넘어 들리는 소리
"엄마가 보고 싶단다"
아이와 함께 있던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셨다
'얼마만의 자유시간인데... 평소엔 나 없이도 잘 놀면서 꼭 이런 날만 찾고 그러더라..'
오랜만에 지인들과 저녁 약속을 잡은 날
전날 1박 2일로 글램핑을 다녀온 남편에게
오늘은 아이를 혼자 돌보라고 신신당부를 해뒀다.
놀겠단 남편의 계획에 쿨하게 오케이 했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엄마 이따 갈게! 아빠랑 놀고 있어!"
"엄마 이제 와요?"
나를 향한 그리움 섞인 아이의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안돼... 오늘만큼은 독하게 굴어야지!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해!'
홀로 마음을 다잡으며 아이에게 엄만 이따 갈 테니 아빠와 놀라고 재차 이야기해두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려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깊어지는 수다에도 마음 한구석엔 아이를 향한 미안함이 피어오른다.
엄마가 되고 난 후 오롯이 내가 되는 건 이렇게 힘들고 불편한 일이 되어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도 이렇게 놀 때가 있어야 해'라는 말을 나직이 뱉어보지만 죄책감은 이미 한구석에 자리 잡아버렸다. 그리고는 늦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아이 곁에 맴돌았다.
불편한 자유.
미안한 즐거움
왜 죄책감이 들어야 하나 원망 섞인 투정을 하면서도 내일은 아이를 한번 더 안아줘야겠단 다짐을 해본다.
잠 못 든 채 깊어만 가던 그 밤, 잠든 아이 곁에 눕고서야 스르르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