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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롬 Apr 02. 2024

불편한 자유

'깔깔깔'

우리의 웃음소리에 주변 소음이 아득해질 무렵 방치된 휴대폰으로부터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수화기 넘어 들리는 소리

"엄마가 보고 싶단다"

아이함께 있던 엄마가 이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셨다

'얼마만의 자유시간인데... 소엔 나 없이도 잘 놀면서  이런 날만 찾고 그러더라..'


오랜만에 지인들과 저녁 약속을 잡은 날

전날 1박 2일로 글램핑을 다녀온 남편에게

오늘은 아이를 혼자 돌보라신신당부를 해뒀다.

놀겠단 남편의 계획에 쿨하게 오케이 했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엄마 이따 갈게! 아빠랑 놀고 있어!"

"엄마 이제 와요?"

나를 향한 그리움 섞인 아이의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안돼... 오늘만큼은 독하게 굴어야지!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해!'

홀로 마음을 다잡으며 아이에게 엄만 이따 갈 테니 아빠와 놀라고 재차 이야기해두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려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깊어지는 수다에도 마음 한구석엔 아이를 향한 미안함이 피어오른다.

엄마가 되고 난 후 오롯이 내가 되는 건 이렇게 힘들고 불편한 일이 되어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도 이렇게 놀 때가 있어야 해'라는 말을 나직이 뱉어보지만 죄책감은 이미 한구석에 자리 잡아버렸다.  그리고는 늦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아이 곁에 맴돌았다.

불편한 자유.

미안한 즐거움

왜 죄책감이 들어야 하나 원망 섞인  투정을 하면서도 내일은 아이를 한번 더 안아줘야겠 다짐 해본다.

잠 못 든 채 깊어만 가던 그 밤, 잠든 아이 곁에 눕고서야 스르르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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