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군반에서 살아남기
통신병과, 새로운 시작
우여곡절이 많았던 총 17주의 훈련이 지나, 2019년 7월 1일 나는 드디어 정보통신 병과 소위로 임관했다.
"아, 나에게도 임관식이 오는구나. 그런데...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
정든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 생활을 뒤로하고, 새로운 계급,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완벽히 준비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군인으로서의 나의 첫걸음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통신 병과 장교로서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새로운 병과를 받은 나
"위대한 일은 늘 두려움과 함께 시작된다." – 로빈 샤르마
1주일도 안 되는 짧은 휴식 후, 나는 육군정보통신학교에 입교했다.
통신 병과에는 정보 체계 이론, 네트워크 운용, 전투 무선망, SPIDER 체계 등 각종 통신 분야를 다루는 정말 다양한 과목들이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뜨악했다. 이게 무슨 외계어의 나열인가... 다행히 컴퓨터 공학 전공자인 동기가 있어, 모르는 부분은 자주 물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색했던 통신 용어, 명령어, 장비 조작에 점차 익숙해졌다. 생각해 보면 함께여서 가능했다. 이 모든 것은 같이 웃고 떠들며,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낸 동기들 덕분이었다.
혹시 나처럼 예상치 못한 병과를 받고 당황해하고 있을 후배들을 위해 나만의 작은 팁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새로운 병과의 시작은 이렇게!
"완벽은 시작의 적이다." – Voltaire (볼테르)
첫째, 처음부터 잘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 난 대학교 때 '지리교육과'를 전공한 완전 '문과' 출신이었다. 그래서 입교 초반에는 다른 동기들보다 늦춰지는 것 같고, 통신 내용을 얼른 따라잡아야겠다는 조바심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갓 임관한 소위가 아무리 교범, 교재 내용을 다 외워도 그 내용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이해하고 흡수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조바심을 갖지 말자. 야전에 가서 각종 장비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익히며, 이해하자.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성공은 하루하루 반복한 작은 노력들의 합이다." – 로버트 콜리어
둘째, 꾸준히 지속하는 '무언가'를 만든다. 그 무언가는 독서, 운동, 공부, 헌혈, 봉사 등등 어떤 것이어도 좋다. 내가 OBC 기간 동안 놓지 않은 건 바로 '독서'였다. 교내 도서관에서 '독서왕'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수료할 때쯤 제일 많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사람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명예증서'가 '독서왕'이었다.
"아, 이왕이면 한번 도전해 보자"
당시 독서왕 선발은 병과 공부와는 크게 관련 없었다. 그렇지만, 나의 근성과 끈기를 끌어올리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인간관계', '심리학', '교범', '자기개발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머릿속에 책 내용이 완전히 남지는 않았지만, 뭔가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주는 만족감이 내 자존감까지 성장시켜주었다. 그렇게 just do it 정신으로 4개월 동안 총 330권의 책을 읽었다. 물론 정독이 아닌 속독으로였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루이 파스퇴르
셋째, 장기 복무를 위한 '잠재역량'을 준비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나는 OBC 생활부터가 야전생활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물론 OBC 성적은 '합격' 수준으로만 받아도 군 생활에 있어 전혀 무방하다. 단지 신분만 '교육생'이지, 군 복무기간에 산입 중이니까. 그래서 나는 주중에는 병과 공부에 최선을 다했고, 주말에는 토익,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다. 자격증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어도 괜찮은 점수가 나오는 선에서 만족했다. 100점이 중요한 것이 아닌, 일단 시도해 보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OBC 시절부터 장기 복무 지원 시 인사자력표에 들어갈 이력들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부대 생활, 근무 평정 다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사람인지를 표현하고 어필하는 것도 나의 또 다른 실력이 된다. 더군다나 나는 4년 늦게 입대했다.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잠재역량'이었다.
OBC를 수료하며, 나는 17사단 예하 여단의 통신소대장으로 배정받았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상대적으로 도심이라 교통여건과 문화시설도 좋았고, 군 생활의 처음으로 시작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