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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는....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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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Oct 15. 2024

나의 두번째 직업은 개인카페 운영

새 음료를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다.

나의 아트적인 감각과 소질!! 숨은 끼를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다.

그런데 카페를 오픈 해보니 맨땅에 헤딩을 한 결과 수입이 턱없이 적었다.

모아둔 돈을 조금씩, 조금씩 까먹어 갈 때 쯤 어쩔 수 없이 한의원에 취업을 했다.

다행히 궁극적으로 금전적인 문제는 해결 되었고 숨 쉴 틈도 조금은 생겨났다.

그리고 신기하게 내가 빠진 카페는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

물론 상황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어쨌든 5개월 만에 돌아와 보니 손님들도 늘어나고 혼자 일하던 남편은 손목이 아플 정도로 얼음을 퍼 나르고 있었다.

한 달 뒤면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어 일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온다고 하니 카페로 돌아가긴 해야 할 것 같다.

단지 비는 한 달을 채우고자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한 달하고 열흘짜리 아르바이트로 물놀이장 의무실을 지키고 있다.

정말 며칠째 의무실을 거의 지키고만 있지만 이렇게 하는데 주는 기본 아주 기본적인 월급이 한의원 보다 더 많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지금은 퇴근 후 모든 걸 할 수 있다.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집안 정리도 하고 내일 갈 준비도 하고 도시락도 싼다.

한의원에 일하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늦게 마치기도 했지만 주4일 근무인데도 몸이 너무 피곤하고 근육통에 시달려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야간 수당도 없고 식대도 없고 저녁 간식 비 5000원이 주어지지만 이는 무조건 사서 먹어야 하지 돈으로 가져 갈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사러갈 시간도 먹을 시간도 잘 없다는 것이다.

뭐하자는 건지...인간으로써 최소한의 생활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우리 집 강아지도 그렇게 살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만들어둔 기본 근무시간 이라는 거 하루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근무시간을 정해 둔거 불필요 하다 생각했던 규정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업무들이 많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한다.

아무것도 안한 채 그냥 서 있는 직업이라도 하루8시간을 넘기면 많이 피곤하고 힘들다,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나면 여기저기 정말 몸이 고장 난다.

기본적으로 맞춰진 아침 9시 출근과 6시 또는 7시 퇴근...

이 또한 사람이 퇴근 후 자신의 시간을 어느 정도 갖고 피로를 풀고 내일 다시 출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구조였던 것이다.

아주 중요한 시간인 것 같다.

사람이 달라지고 있다.

이걸 넘겨 7시 이후 근무 중에는 너무너무 힘들고 피곤했다.

그전 날 쉬었다고 해서 이는 딱히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과도한 움직임과 노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걸 감수하고도 할지 말지는 노동력을 얼마나 인정해 주는가에 달려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떤 공지도 알림도 없이 그냥 시작된 막노동은 5개월 만으로도 사람을 죽탱이를 만들어 놓았다.

개인 식당일 하는 아줌마 보다 수입은 훨씬 적고, 시간은 똑같다.

노동 강도는 비슷할 것 같다. 게다가 서비스직이라 양방 한방 환자를 응대하고 비위를 맞추고 시간 배정과 의료 일을 위해 양방에선 주사도 놓고 피도 뽑고 수액도 놓아야 하고 한방에선 약재 암기와  밀리는 환자들의 적절한 침대 배치를 위해 머리를 써야 할 일도 많다. 그런데......

만신창이가 될 뻔한 나의 흑 역사로 남겨 둬야겠다.

현재 나의 일과는 오전 8시15분, 집을 나와 아파트 입구 맞은편에서 20분에 오는 버스를 타고 20분 걸려 여기 수영장에 40분 전에 도착한다.

오늘은 버스가 조금 빨리 도착해 34분밖에 되지 않는 ...너무 일찍 옴.

오전에 도착하면 나만의 사무실 같은 의무실에서 준비를 하며 집에서 가져온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너무 좋은 굿모닝이다.

꿈에서 그리던...

그리고 간간히 다쳐서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다가....점심시간 싸온 도시락을 간단히 먹고 나만의 힐링 타임으로 근처 공원을 들른다.

너무 에어컨 밑에 오래 있기도 했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운동도 할 겸 해서 공원에 오른다.

너무 좋다.

그리고 털레털레 들어와도 시간이 남는다 온전히 내 시간으로 가득 채우는 점심시간 1시간이 이렇게 길고 값진 것인 줄 처음 알았다.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더 잘 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정해진 규정만큼은 지켜지기를 적절한 처우는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옥 같았던 시간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환경이 괴로우니 먹어도 맛있는 줄도 몰랐고 살은 미친 듯이 빠져 48로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자꾸 살이 빠져서 나는 중병에 걸린 줄 알고 슬슬 걱정까지 되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입맛도 돌고 기분도 좋아졌다.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그리고 몸이 너무 고되면 배고픔도 잊게 된다는 것을 생전 처음 알았다...

지금도 곧 퇴근시간을 바라보는 1시간 전...

야외 수영장 마감을 하고 나면 1시간 여유가 남는다.

이대로 무사히 한 달 물놀이장을 마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나의 카페로 다시 돌아가야지......

언젠가 또 돌아와야 할지도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까운 건 아직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처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피할 수도 또는 바꿀 수도 방법도 모른 채 계속 몸을 혹사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속속들이 전부를 뒤지고 찾아서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할 일들이 한, 두개 일까? 만은 그래서 그럴수록 최저시급은 올라야만 한다, 그나마 그건 지킬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는 또 바람처럼 홀연히 내 업무를 마무리하고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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