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영업의 착시를 벗어난 제품 가격 산정 방식

by 김영채

I. 지인 기반 초기 매출의 한계와 가격 결정 오류


초기 창업자가 제품을 출시하고 가장 먼저 저지르는 실수는 주변 지인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이를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로 오해하는 행위다.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전 직장 동료들은 창업자의 고생을 알기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갑을 연다. 이들은 제품의 실제 가치나 가격의 적정성과 무관하게 구매를 결정한다. 지인이 지불한 금액을 시장이 수용 가능한 정상적인 가격으로 산정하면 사업은 시작부터 치명적인 적자 구조에 빠진다. 지인들은 제품에 결함이 있거나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지 않는다. 창업자는 이 침묵을 제품의 완성도와 가격 경쟁력이 입증된 것으로 착각한다.


실제 시장에 진입하여 생면부지의 고객을 마주하는 순간 이 착시는 산산조각 난다. 관계성이 전혀 없는 냉정한 소비자는 제품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리고 그 해결책이 지불할 금액과 교환할 가치가 있는지 정확하게 저울질한다. 지인 영업으로 발생한 초기 매출 백만 원은 창업자에게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이 왜곡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가를 계산하고 양산 계획을 세우면 마케팅 비용과 유통 수수료가 추가될 때 이익률은 급격히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초기 창업팀은 지인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거나 최소한 그 판매 데이터를 회사의 공식적인 매출 및 가격 테스트 지표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시장의 진짜 목소리는 우리 회사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익명의 다수로부터 나온다. 그들이 랜딩 페이지에 접속하여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 이탈하는 비율을 추적하고 결제를 포기한 이유를 수집하는 작업이 실제 가격을 산정하는 첫걸음이다. 지인들의 호의적인 평가에 기대어 가격표를 작성하는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 데스밸리를 넘을 수 있는 객관적인 현금 창출 모델을 설계한다.


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일수록 과거의 인맥을 동원한 영업 실적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전 직장의 상사나 거래처 담당자가 첫 계약을 맺어주는 것은 창업자의 개인적인 신용에 기반한 일회성 거래에 불과하다. 이를 자사 솔루션의 시장 가격으로 확정하고 다른 기업에 동일한 견적서를 밀어 넣으면 백전백패한다. 익명의 기업 고객은 철저한 품의 절차와 투자 대비 효용을 계산하여 예산을 집행한다. 창업자는 지인이라는 안전망을 벗어나 아무런 인연이 없는 차가운 시장 한복판에 제품을 던져놓고 고객이 얼마의 금액 앞에서 결제를 주저하는지 그 저항선을 맨몸으로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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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냉정한 시장 환경에서의 지불 의향 테스트 실무


객관적인 가격 산정을 위해서는 시장의 생면부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지불 의향을 검증하는 한계 가격 테스트가 수반되어야 한다. 가장 직관적이고 실무적인 방법은 제품이 완전히 개발되기 전에 다양한 가격대를 제시하는 가상의 랜딩 페이지를 구축하여 시장 반응을 정량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동일한 제품 설명에 대해 가격표만 다르게 설정한 세 개의 웹페이지를 만들고 소액의 광고비를 집행하여 익명 고객들의 트래픽을 균등하게 분산시킨다. 고객이 실제로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거나 구매 예약 버튼을 클릭하는 전환율을 추적하면 시장이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금액의 윤곽이 드러난다.


설문조사를 통해 얼마면 이 제품을 사겠느냐고 묻는 행위는 완전히 무의미하다. 소비자는 실제 자신의 돈이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는 한없이 관대해지거나 반대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부른다. 지갑을 여는 행위와 직결된 물리적인 결제 버튼 앞에서의 행동만이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다. 고객이 만 원으로 설정된 페이지에서는 10퍼센트의 전환율을 보이고 3만 원 페이지에서는 전환율이 0에 수렴한다면 이 제품의 시장 한계 가격은 그 사이에 존재한다. 창업자는 전환율이 급감하는 변곡점을 찾아내어 제품의 심리적 저항선을 명확하게 특정해야 한다.


초기 서비스의 경우 베타 테스트 명목으로 제품을 무료로 배포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수집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 무료 사용자는 서비스의 진짜 가치를 엄격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공짜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하고 쉽게 이탈하며 이들이 남기는 피드백은 제품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돈 천 원이라도 실제 결제를 유도해야 고객은 서비스의 결함에 대해 날카롭게 반응하고 개선 요구를 적극적으로 쏟아낸다. 돈을 지불한 고객의 혹독한 피드백을 수용하여 서비스를 보완하고 점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고객이 이탈하는 임계점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가격 산정 실무다. 이러한 극한의 필드 테스트를 거쳐 산출된 가격표만이 투자자 앞에서도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단단한 숫자로 기능한다.


III. 원가 가산 방식 탈피와 가치 기반 가격 결정


스타트업이 가격을 결정할 때 제조 원가나 개발비에 일정 수준의 마진을 붙이는 원가 가산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치명적인 하수다. 하드웨어 제품을 만들 때 부품비와 조립비가 만 원 들었으니 2만 원에 팔겠다는 식의 일차원적인 접근은 기업의 생존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다. 스타트업의 원가는 대량 생산 설비와 광범위한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원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면 시장에서 결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스타트업의 제품 가격은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절약하는 시간과 비용 즉 고객이 얻는 실질적인 가치에 비례하여 철저하게 산정되어야 한다.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창업팀이라면 고객사의 인건비 절감액을 가격 산정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여 고객사의 실무자 두 명이 매달 10시간씩 하던 반복 업무를 완전히 자동화한다고 가정한다. 실무자의 시급을 보수적으로 계산하여 매월 50만 원의 비용을 절감해 준다면 우리 소프트웨어의 월 구독료는 내부의 서버 원가와 무관하게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20만 원 사이로 책정할 정당성을 확보한다. 고객사는 20만 원을 지불하고도 30만 원의 추가 이익을 매달 얻으므로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 과정에서 서버 유지비나 초기 개발비는 가격 산정표의 철저한 후순위로 밀려나야 한다. 철저하게 상대방의 주머니에서 굳은 돈의 크기를 계산하고 그중 일부를 우리 회사의 몫으로 당당하게 회수하는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확정된 가치 기반 가격 안에는 향후 회사가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고객 획득 비용과 채널 유통 수수료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 예산이 모두 충분히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초기에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원가에 근접한 출혈 가격을 설정하면 고객이 늘어날수록 회사의 현금이 말라붙는 흑자 부도의 늪에 빠진다. 가격을 초기에 한 번 낮게 설정하면 훗날 정상 가격으로 인상하려 할 때 기존 고객의 거센 저항과 대규모 이탈을 절대 피할 수 없다. 창업자는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는 객관적인 가치의 최대치를 뽑아내어 초기부터 강력한 이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제품이 제공하는 압도적인 효용을 숫자로 증명하고 그 효용에 합당한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배짱과 가격 정책 설계 능력이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한계선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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