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룡산은 서서/송인향

무룡산

무룡산은 서서/ 송인향

목석처럼 묵묵히

서서 기다릴 줄 아는 산

무룡산은 서서

착하게 기다릴 줄 안다

한가로운 시간의 근육을 만들려

오늘은 그 산에 올랐다


무룡사 스님이 일러준 길

“해탈아, 이리 오너라”

정겨운 개 한 마리

산길을 먼저 달려간다

그 부름 한 자락

머릿속을 번뜩 스치는 필(筆) 하나

해탈이라는 이름이

잠시 나를 붙들었다


부처님 전

차공양 올리러

다시 무룡사를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

장등을 지나

가까운 듯 먼 451m

만보도 못 채운 8천9백 보

그러나 언덕은

숫자보다 깊었다


정상에서

가져간 따뜻한 보이차를 따르니

찻잔 김이 아련히 피어올라

무룡산 용이 승천하듯

하늘로 솟아오른다

산불 아저씨가 건네준

컵라면 하나

산보다 뜨거운 배려

감사라는 말도

그 김을 따라

조용히 올라갔다


옥향 씨가 눌러준 셔터 속에

오늘의 숨이

햇빛처럼 박혀 있다

보이차와 컵라면

차와 국물

산에서 가장 인간적인 온기였다


#“찻잔 김 = 무룡산 용의 승천

#차, 산, 수행, 숨.

#오늘 산행 정말로 ‘무룡(舞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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