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레전드, 오타니의 만다라트 따라하기

칸을 채워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by 꿈을쫓는러너

나의 유니콘을 보며 펜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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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조차 '오타니 쇼헤이'라는 이름은 안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록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

우리는 그를 '유니콘'이라 부르며 경외한다.


하지만 내가 오타니에게서 진정으로 압도된 순간은 그가 던진 160km의 광속구나 홈런 볼이 아닌

고등학교 1학년 때 그가 작성했다는 만다라트(Mandalart) 계획표를 보았을 때였다.



성공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는 오타니의 만다라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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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의 81개 칸.

그 중심에는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목표가 있었고, 그 주변은 64개의 세부 실천 사항들로 빽빽했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는 것임을 증명하는 듯한 그 표를 보며, 나도 모르게 펜을 들었다.


시작은 나태해진 일상을 다잡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이걸 따라 하면 나도 내 분야에서 오타니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감이 섞인 시작이었다.




목표가 아닌 욕망으로 채워진 나의 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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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중앙에 내 인생의 가장 큰 목표를 적었다. 그리고 가지를 쳐나가며 주변의 칸들을 채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81개의 칸을 채우는 일은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그리고 칸은 어떻게든 채우면 됐지만, 더 큰 문제는 칸을 채워갈수록 드러나는 나의 민낯이었다.

9788973233762.jpg 나는 이런 책도 참고했다.

내 만다라트의 세부 항목들은 대부분 숫자와 결과로 점철되어 있었다.

연봉 얼마 달성, 다이어트 몇 kg 감량, 승진, 이직, 자격증 취득...


내가 세운 만다라트는 계획표라기보다 욕망 리스트에 가까웠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갈망은 가득했지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칸을 억지로 채우다 막혀버린 순간, 다시 오타니의 만다라트를 꺼내 보았다.

그리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단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훈련 내용들 사이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낯선 단어들.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물건을 소중히 쓰기', '일희일비하지 않기'.


그제서야 등줄기가 섬찟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소년은 야구 실력을 키우기 위한 계획표 한가운데에 '운'이라는 항목을 넣었고, 그 운을 부르기 위해 쓰레기를 줍겠다고 적어놓은 것이다.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의 의미

인성도 선하기로 유명한 오타니 선수

다시 천천히 살펴본 오타니의 만다라트는 단순한 목표 달성 도구가 아니었다.

작은 종이 안에 삶을 대하는 태도의 수련법을 적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처음 나는 만다라트를 성공을 위한 치트키 쯤으로 여겼다.

칸을 다 채우면 마법처럼 목표가 이루어질 것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오타니의 만다라트가 보여주는 본질은, 화려한 중심 목표가 아니라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사소한 실천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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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을 줍는다."

믿을 수 없지만 쓰레기 줍기에 대해 오타니가 했던 말이다.

그는 성공을 쟁취해야 할 전리품이 아니라, 좋은 태도가 쌓여 만들어진 그릇에 자연스럽게 담기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나의 간장종지같은 그릇과 비교되어 굉장히 창피했음)


반면 나의 만다라트는 어떠한가.

나는 세상에게 "나한테 이걸 내놓으라"고 요구만 하고 있었다.

내가 세상에 무엇을 줄 것인지, 어떤 태도로 하루를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빈칸을 채우지 못한 이유는 계획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철학이 빈약했다는 사실을 느꼈다.

나는 홈런을 치고 싶었지, 그라운드에 떨어진 휴지를 줍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81칸의 기적은 1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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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 종이를 꺼냈다.

이번에는 중앙의 거창한 목표를 잠시 지웠다.


대신 가장자리부터 채워보기로 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정직하기, 동료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하기, 책상 정리하기 같은 아주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부터.


오타니의 만다라트를 따라 한다는 건, 81칸을 완벽하게 채우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 내 눈앞에 떨어진 작은 '운(쓰레기)'을 주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성실하게 채워나가는 태도 속에 숨어 있었다.



만다라트.jpg 무료 양식 공유 (광고 아님) https://ctee.kr/item/store/17412

나의 만다라트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것도 같다.

비어있는 칸을 채우는 건 욕심이 아니라, 오늘의 성실함이어야 한다는 것을.


200km의 광속구는 던질 수 없어도, 오늘 내가 쓴 글 한 줄에, 내가 건넨 인사 한 마디에 정성을 담을 수는 있다. 그렇게 쌓인 하루들이 언젠가 나만의 전설을 만들어주리라 믿으며, 나는 오늘 가장 작은 네모 칸 하나를 색칠하고 있다.


26년이 시작되고 실행 결과와 실행해보면서 어려웠던 점,

그리고 간단한 셀프 회고를 함께 올려볼까 한다.

내 안의 작은 성공을 깨울 수 있는 만다라트 라이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