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가장 고전적인 갈래라고 볼 수 있는 접근으로는 프로이트,아들러,융으로 대표되는 정신역동적 접근, 로저스의 인간중심 접근, 엘리스와 벡의 인지적 접근이 있다. 현재는 2000년대 시작되어 미국에서 아주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이제야 국내에서도 큰 붐이 일고 있는 접근으로 바로 마음챙김을 언급할 수 있다. 마음챙김이란 매 순간 순간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귀기울이는 것으로 명상과 비슷하다. 마음챙김은 심리 안정에 매우 효과적인 것이 밝혀지고 있다.
그중 수용전념치료는 이미 단어에서부터 알 수 있듯 마음챙김의 정신을 관통하는 밀접한 심리치료 이론이다. 변증법적 행동치료(DBT)도 수용과 변화의 개념을 차용하고 마음챙김 요소가 포함되어 있듯이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는 상담 기법들은 마음챙김을 내포하고 있다. 늘 관심이 있었던 수용전념치료지만 책 외에 마땅히 배울만한 곳이 없어 기회가 없었는데, 마곡나루역에서 진행된 김선엽 박사님의 수용전념치료 워크샵 소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게 다녀왔다. 네시간 진행되었다. 무언가를 배우기에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나 알차고 도움이 많이 되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수용전념치료의 기본적 전제는 파괴적 정상성을 가정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삶의 고통을 정상적인 것으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고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삶의 괴로움을 질병으로 보고 치료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기존 심리치료 이론들의 질병모델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수용전념치료는 내담자의 고통과 괴로움 증상을 치료하여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다만 내담자가 자신의 고통을 똑바로 바라보고 정체를 파악하여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언어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도와준다.
수용전념치료 이론가들은 사람이 고통스러운 숙명을 가지는 이유로 '언어'를 제시한다. 바탕이 되는 철학은 관계틀 이론(RFT) 으로, 간단히 말하면 인간은 경험하지 않은 사건 또는 대상들 사이에서도 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틀 이론에 따라 인간은 머릿속에서 계속하여 사건과 사건, 대상과 대상을 '언어'로 이어나간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6만 5천 개 이상의 생각을 한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인간의 뇌는 하루종일 언어로, 관계짓기로 가득차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야기꾼(verbal machine)인 인간의 언어는 지극히 주관적인 '구성된 세계'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이 아닌 것을 내 마음의 언어로 사실이라고 믿을 때, 깊은 심연에 빠진다. 있는 그대로 벌어진 현실보다 우리를 좀먹고 괴롭히는 것은 내가 나에게 속삭이는 오랜 이야기들이라는 것에 공감이 가는가?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발생한 고통을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고통을 통제하려는 생각으로 자기가 만들어낸 언어 감옥에 빠져 이차적으로 고통을 느낀다.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은 이때 발생한다. 그래서 회피 또는 통제를 한다. 회피를 통해 잠시 고통을 잊은 척 할 수 있다. 술, 담배, 게임 등 유흥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회피가 지속되면 일상 생활과의 접촉은 더 어려워질 뿐이다. 또 이 괴로움을 통제하려는 시도 역시 성공적이지 않다. 북극곰을 일분간 떠올리지 말아보세요, 라는 실험을 했을 때 피실험자들은 누구보다도 더 북극곰만 생각했다는 사고억제 실험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을 통제하려는 자는 생각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처럼 고통을 통제하려는 자는 고통의 늪에 빠져버린다.
2에서 수용전념 치료 이론가들의 대안 제시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