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상담사로 근무하며 빈번하게 경험하는 패턴이 있다. 부모는 자식을 애지중지하면서 도움이 되는 것만 시키고 좋은 것만 먹이려고 애쓰는데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사춘기 모든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 아니냐고 치부하기에는 정도가 지나친 경우이다. 그래도 대다수 아이들은 자신이 위험할 때 부모를 떠올리며 안전하게 여기고 보호받으려고 하지만, 언급한 패턴의 아이들 경우에는 괴롭고 힘들 때 오히려 부모를 더 멀리하고 숨기는 편에 가깝다. 오늘 만난 아동도 평소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경우였다. 놀랍게도 어머니를 만나보면 아이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 데 말이다.
부모자녀 관계가 아니라도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번쯤 내 사랑을 상대가 느끼지 못하고, 상대의 사랑을 내가 제대로 느끼지 못하여 서로 상처받는 경험을 하고 살아가기 마련이. 나역시도 부모님뿐만 아니라 특히 이성관계에서 경험했다. 상대는 나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도통 사랑이 감각으로 느껴지지 않아 헤어진 적이 있다. 상담학적 관점으로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이 사라졌기때문에 투사한건가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의 사랑이 내 마음에 와닿게 전달되지 않아서 내 마음이 식은 것인지, 그 전에 내 사랑이 먼저 사라진 것인지 선후를 정확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이건 영영 알 수 없을 것 같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상처받는 경험이 적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해보게 된다. 상대의 마음에 내 사랑이 가 닿도록 잘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상대가 원하는 방식을 잘 파악하기 위해 섬세하게 관찰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예로 든다면 똑같이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를 시키더라도 자녀의 공부습관, 흥미를 낱낱이 살펴보고 접근하는 방법과 천편일률적으로 통할 것 같은 공부법으로 접근하는 것에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몸으로 경험하며 학습을 잘하는 아이에게는 활동적인 작업으로, 구조화된 활자로 체계적인 강의를 들어야 학습을 잘하는 아이에게는 잘 정리된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오늘의 상담을 통해 가족, 연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 자신의 개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내 마음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떻게하면 저 사람이 내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을까? 아무 용건도 없는 안부 문자를 굉장히 반가워해주던 친구에게 뜬금없는 카톡을 보내본다. 자신이 바빠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먼저 연락을 줘서 고맙고 기쁘다는 친구의 따뜻한 답장이 참 고맙다. 오늘 24시간 중 1분이라도 친구의 기분이 반가운 감정으로 조금 좋아졌다면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