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은 Mar 20. 2024

[대학생활] 3. 봉사활동 중 우연히 만난 인생책

미움받을 용기

  상담학과를 전공하며 가장 열심히 했던 건 아르바이트와 봉사활동이었다. 그 중 봉사활동으로는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대학생 멘토가 되어 학업 또는 정서 멘토링을 제공하는 활동을 하거나 학교 밖 청소년들을 발굴하여 복지를 제공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 


  2학년 내지 3학년이었던 그 날도 봉사활동을 위해 생전 처음가보는 지역의 시설로 향했다. 청소년 시설이었는데 생각보다 평일 저녁 이용하는 학생들이 너무 적어 할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 서재에 당시 따끈따끈 베스트셀러였던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 꺼내 읽었다. 두세시간동안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빠져 읽었다.


  가끔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 영화, 인생 책, 그런 게 나에게는 그 시기에 읽었던 미움받을 용기였다. 책 내용이 전부 공감이 된다는 말이 아니었다. 다만 그 때 그 순간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나에게 생각해볼 거리들을 던져준 아주 강렬한 책이었다. 얼마나 감화되었는지 만나는 친구들마다 이 책을 이야기하며 토론했던 게 생각난다. 고마운 친구들...


  세 가지 개념이 특히 그랬다. 바로 과제의 분리, 열등감, 사회 공헌이 그 세 가지였다. 먼저 과제의 분리는 나와 타인의 삶의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분리하느냐와 관련된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숙제하라고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숙제는 자녀가 스스로 하고 책임져야 할 과제인데 부모가 자녀의 과제에 침범하는 것이다. 당시 나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마음이 커 늘 괴로웠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가 나를 인정하는 것은 아버지의 과제일 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내 과제를 충실히 하는 것이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두 번째로 열등감이었다. 나는 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늘 신경쓰였다. 자신감도 부족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 늘 힘들고 버거운 것 같았다. 내가 나를 보듯 남들도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피해의식도 생겼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어느 정도 열등감이 있고, 이는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리된 언어로 읽게 되었다. 내 열등감의 장점을 처음으로 바라본 시간이었다. 부족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알바도 하고, 봉사도 하고... 부족해서 열심히 살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사회 공헌이었다. 그 때 나는 경쟁에 지쳐있었다. 또래보다 성적이 좋아야 성공할 수 있는 그리고 성공해야 하는 수능 체제의 입시 경쟁을 벗어난 지 얼마 안되었기도 했는데, 대학에서조차 학점이라는 새로운 경쟁을 하게 되었다. 경쟁이 참 싫은데 살려면 경쟁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러는 공동체에 기여하고 보탬이 된다는 감각을 많이 느낄수록 살 맛이 난다고 말해주었다. 하루 하루 주변 사람들을 친구로 여기며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어쩌면 대학시절 내내 했던 봉사활동은 나도 모르게 내 공동체감각을 길러주고 있었던 것이고 나는 이미 그 맛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뿌듯했으니까.


  지금도 누군가가 자존감, 열등감에 관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미움받을 용기를 권한다. 물론 책 한 권 읽는다고 없던 자존감이 올라가고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고 열등감이 발전의 원동력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곱씹고 곱씹으며 삶 속 사소한 부분들에서 아들러의 지혜를 발견해나가다보면 사는 데 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봉사활동 중 우연히 만난 선물같은 책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학교생활] 상대의 마음에 내 사랑을 잘 전달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