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빼앗기는’ 감정이다

by 이한

그 사람과의 통화가 끝나고 나면, 나는 이상하게도 지쳐 있다.
전화 시간은 10분이었지만, 마음은 한 시간을 소모한 것 같다.

대화가 길어서가 아니다. 말이 많아서가 아니다. 감정이 너무 많이 갔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이 있다. 하루가 분명히 있었는데, 정작 아무것도 한 기억이 없다.
생산성은 0인데, 피로감은 100. ‘시간이 어디 갔지?’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주의력과 감정이 사라진 거다.

시간은 시계로 흐르지 않는다. 감정으로 증발된다.

우리는 종종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주의력과 감정을 낭비한 것이다.

쓸데없는 회의, 아무 감정 없이 보내는 카톡, 멍하니 틀어놓은 유튜브...

그 모든 순간은 시간을 깎아먹는다기보다 내 감정을 조금씩 침식시킨다.

즉, 마음이 피로한 것.


시간 낭비 = 감정 소모

이 공식을 깨닫게 되면 시간 관리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

시간을 아끼는 것 = 감정을 지키는 것

일정을 정리하는 것 = 정서를 회복하는 것

몰입하는 것 = 감정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결국 시간은 감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니 시간을 빼앗긴다는 건 사실, 감정을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내지 못했을 뿐이다.


살아내지 못한 시간. 그건 감정이 붙지 않은 시간이다.
내 마음이 없던 순간은 기억도, 의미도 남지 않는다.


시간은 결국 주의력과 감정으로 짜인 그물망이다.
그걸 의식하는 순간, 당신의 하루는 다시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하루가 끝났을 때,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감정으로 그 시간을 통과했는가, 그게 기억에 남는다.


시간은 숫자가 아니다. 시간은 마음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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