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전문대졸 석사 도전기#1

[시작] 대전에서 마주한 벽

by 가랑비

4년 전, 나는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서울 본사에서 대전으로 파견 근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교육기관. 연구원들을 상대로 교육 운영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처음엔 그저 '파견'이었다.

1년 정도 다녀오면 되는, 그런 업무.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면서, 나는 느꼈다.


이곳이 내 진짜 직장이었으면 좋겠다.



처음 만난 '진짜 교육'


그곳은 달랐다.


중소기업에서 5년간 해왔던 일들은 대부분 '돌아가게만' 만드는 것이었다. 시스템 점검, 긴급 대응, 상사 눈치 보며 야근.


하지만 대전 교육기관에서의 일은 달랐다.


연구원들의 성장을 위한 커리큘럼 설계.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 기획.

강사진 섭외부터 운영, 피드백 수집까지의 전 과정.


나는 처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퇴근길에 뿌듯함을 느꼈고, 월요일 아침이 두렵지 않았다.


동료들도 좋았다.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도 좋았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내가 '부품'이 아니라 '전문가'로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



학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


파견 6개월쯤 되었을 때, 공공기관 채용 공고가 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거의 동일한 직무.

경력도 충분했다. 실무 능력도 자신 있었다.


그런데 '지원 자격' 항목을 보는 순간, 나는 멈춰 섰다.


"학사 학위 소지자"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나는 전문대 졸업이었다.



숨겨온 콤플렉스


사실 나는 전문대 졸업이라는 사실을 숨겨왔다.


"어느 대학 나왔어요?"

"비밀이에요."


계속해서 출신 대학을 숨겨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항상 말했으니까.

"너 일 진짜 잘한다."

"머리 좋은 게 보여."

"어디 대학 나왔어? 좋은 데 나왔나 보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얼버무렸다.

만약 전문대라고 말했다면? 그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전에서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아무리 인정받아도.

학위가 없으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



결심


파견 3년 째, 나는 결심했다.


학사 학위를 따자.


이미 30대 중반. 늦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나는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학점은행제로 2년을 투자하거나.

아니면 전문대 전공심화 과정으로 1년 안에 끝내거나.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시간이 없었다. 30대의 1년은 20대의 1년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어차피 학사를 따는 김에, 더 큰 꿈을 꾸기로 했다.


대학원까지 가보자.


전문대졸이었던 내가, 석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나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