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골이 들려주는 성별 이야기

뼈에 새겨진 삶의 흔적, 젠더의 복잡성

by 정로그

흙먼지 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 유골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앙상한 뼈 조각 앞에서 고고학자들은 숙명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였을까? 남성이었을까, 여성이었을까?"


뼈는 답이 없지만, 과학은 그 침묵 속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길어낸다.


고고학자들은 오랫동안 유골의 크기와 형태를 통해 성별을 추론해 왔다. 긴 다리뼈는 강인한 남성을, 넓고 부드러운 곡선의 골반은 생명을 품었던 여성을 암시하듯 말이다. 특히 1960년대에 개발된 치골 결합면 분석법은 골반, 그중에서도 치골의 미묘한 형태적 차이를 통해 95%에 달하는 놀라운 정확도로 생물학적 성별을 판별해낸다.


최근에는 혁신적인 DNA 분석 기술이 더해져, 고대인의 성별을 99%에 가까운 정확도로 밝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뼈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한 생물학적 성별, 그 이상을 담고 있다.


미국중앙플로리다대학교의 도노반 아담스 박사는 '성'이라는 개념이 명확히 구분되는 두 개의 범주가 아닌, 서로 겹쳐진 봉우리와 같은 연속적인 스펙트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인구의 약 1.7%는 유전적, 해부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놓인 '인터섹스'로 태어난다. 남성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지만 여성형 골격 특징을 보였던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 카시미르 퓰라스키 장군의 사례는, 생물학적 성별이라는 것이 우리가 익숙하게 믿어온 단순한 이분법적 틀을 넘어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뼈는 때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성별 구분을 넘어, 훨씬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인간 존재의 스펙트럼을 조용히 증언하는 것이다.


왼쪽의 남성 골격과 오른쪽의 여성 골격은 평균적으로 여러 가지 차이를 보인다 ⓒKatya Golovchyn via Alamy

더욱 흥미로운 것은 생물학적 성별과는 다른 차원의 개념인 '젠더', 즉 사회문화적 정체성의 존재이다. 젠더는 우리가 삶 속에서 끊임없이 표현하고 실천하며 만들어가는 '나'라는 존재 방식이다. 고대 사회에서 특정 성별과 강하게 연결되었던 활동들은 뼈에 독특한 흔적을 남기지만, 이러한 흔적들이 때로는 우리의 현대적인 이해와는 전혀 다른 젠더 정체성을 가리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폼페이에서 발견된 모자 유골이 DNA 분석 결과 남성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장신구와 함께 묻혀 있었다거나, 무덤 속에서 다양한 무기와 함께 발견된 바이킹 전사가 놀랍게도 여성으로 밝혀진 사례들은 뼈에 새겨진 삶의 흔적이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유골에 기록된 삶의 방식은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성별 역할과 다를 수 있으며, 고대 사회의 젠더 개념이 우리의 현대적인 이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결국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고대 유골이 들려주는 성별에 대한 이야기는, 냉철한 과학적 분석과 더불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열린 마음을 요구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다양한 중첩된 영역이 존재한다. 고대 유골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 다양하고 복합적인 인간의 존재를 깨닫게 해주는 침묵의 연대기와 같다.


과학의 섬세한 손길로 과거를 조심스럽게 읽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뼈가 침묵 속에서 진정으로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고고학자들이 던진 첫 질문에 대한 답은 '그들은 생물학적 성별이라는 하나의 틀로 규정할 수 없는, 다채로운 삶과 정체성을 지닌 인간이었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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