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야, 네 꿈에도 눈이 오니? 내 꿈에도 눈이 와. 난 외롭지 않아. 이 눈의 접촉이 꼭 너와 함께 있던 그 시절의 서정을 불러일으키거든. 막연하게 떠오르는 네 생각에 가끔 침묵하고 그 계절을 생각해. 이곳에 쌓인 눈처럼 그리움도 하얀 섬이 되어가. 네가 있다면 녹지 않고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아. 너와의 추억으로 하루를 견뎌. 너는 동경의 대상이고 나를 나답게 만들어줬으니까.
오늘 밤에는 달이 참 예쁘게 떴는데. 봤니? 너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지. 나를 옆에 두고 사랑을 하며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지금은 좀 어떠니? 너의 안부를 묻는 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와 있으면 편안하고 가끔은 노곤해졌어. 난로, 이불, 고양이. 그런 온기가 있는 것들을 나는 사랑하니까. 내가 막막해질 때 네 옆에 있으면 언제나 안도했어. 아니. 너는 내리는 눈처럼 내 곁을 맴돌고 있었지. 그럴수록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게 되었어.
윤희. 너는 네 이름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네 이름을 입으로도, 펜 끝으로도, 꿈에서도 불러본다. 계속 더듬거리며, 그 부드럽고 다정한 이름을 내 마음속에 익히고 있어. 이건 숨길 수가 없다. 네 이름은 고양이처럼 계속 만지고 싶어. 그래서 이렇게 많은 편지를 썼나 봐. 네 이름 몇 번 더 불러보고 싶어서. 그래야 내 몸이 따뜻해지니까. 그래야 내가 얼어 죽지 않으니까.
너는 내 이름을 불러봤니. 내 이름에도 온기가 있니? 어떤 향이 나고 어떤 촉감이니. 이 말은 너를 당황스럽게 했겠다. 너는 워낙 부끄러움이 많으니까. 그래도 듣고 싶다. 궁금해. 내 이름엔 너만큼의 무해함이 있을지. 내 존재가 너에게 쓸모 있었으면 해서. 너무 길게 썼다. 참, 네 딸 새봄이도 예쁘더라. 너를 닮아서. 이름도 예쁜 것 같아. 너와 새봄이. 모두에게 충만한 사랑을 담아 이 편지에 부친다. 행복하길 바라. - 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