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전은 놓는 것은 예의가...

by 문영


차례상에 전은 올리지 말고 위의 사진처럼 아홉 가지 음식만 간략하게 차리라는 규범을 성균관에서 발표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읽은 퇴계 이황(?) 선생 댁에서 차린 간단한 차례상의 범례 사진을 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와 많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옛날 우리 할머니가 성주 신한테 올린다고 차리던 성주상과도 비슷합니다.

차례상이나 제사상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의 차례상이나 제사상은 보지 못했지만, 제가 경험한 전라도, 충청남도, 충청북도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바로 인접해 있는 지방인데도 말입니다.

제사상이나 차례상이나 큰 차이는 없겠지만 유독 차례상 때문에 주부 스트레스가 심하고, 이혼 문제도 나온다고 합니다. 제사는 기일이 일요일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외지에 있는 자식들이 참가할 수 없는 경우(간혹 핑계를 대도 용인이 가능한)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간혹 기일을 토요일이나 일요일로 바꾼 집도 있다지만. 그리고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명절 날에는 모두가 모이기 때문에 서로 비교되는 것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네 차례상이 이렇게 진수 성찬이 된 것은 먹고살기 좋아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차피 많은 가족들이 모이니 먹을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준비한 음식은 기왕이면 돌아가신 어른께도 올리고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고요. 차례상에 전을 올리지 않고 아홉 가지만 올린다고 해서 주부들의 명절 증후군, 명절 스트레스가 사라질까요?

저는 본래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인지 차례상을 간단히 차립니다. 무엇보다 음식 솜씨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아이들이 오면 먹을 것이 없으니 어차피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하루 먹고 끝날 만큼 조금만 합니다. 그러니 힘들 일도 없고 나 혼자 뚝딱하고 말지요. 그리고 전 부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아이들이 오면 시킵니다. 재료를 하루 먹을 만큼만 준비해 두고 아들 며느리 손녀 모두에게 시킵니다. 어린아이들까지 어울려 재미있는 체험학습을 하듯 즐깁니다. 식으면 다시 데워먹기도 귀찮고 맛도 덜하거든요. 그리고 아이들 갈 때 음식을 싸주지도 않습니다. 남은 것이 없으니까요. 남더라도 싸주지 말아야 합니다. 변질될 우려도 있고 기름진 음식이면 더욱 좋지 않거든요. 주려거든 조리 전의 원료, 재료 등을 주지요.

'전을 놓지 마라, 9가지만 놓아라.' 보다 본댁에서는 9가 지만 차리고 고향집에 올 때 사든 만들 든 같이 먹을 음식 한 가지씩만 가져오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올해 차례 날 오면 자식들에게 말하렵니다. 돈 많이 들고 맛있는 음식 한 가지씩 사 오던지, 만들어오든지 하라고. 나는 기본 상만 차릴 거라고.

명절날 어른들이라고 스트레스 안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자식을 얼굴 오랜만에 봐서 좋지만 형제간에 갈등이 보이면 그것도 안타깝습니다. 자식들 오면 더럽다, 날짜 지났다 하고 잔소리할 거 같아 이것저것 숨기고, 버리고 하며 청소도 해야 합니다. 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명절 증후군은 시어머니가 더 심할 수도 있습니다. 며느리야 푸념할 남편이라도 있지만 시어머니는 벽이 되어가는 남편에게 말한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