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에서 너를 추억하다
몇 년 전 여름 즈음에-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으면서
갑자기 코 끝에 훅 풍겨온 누군가의 냄새에,
예전에 비슷한 냄새를 경험하게 했던 어딘가가, 누군가가 갑자기 생각났다.
다행히 그 기억의 파편은 그리운 느낌이라 반갑고 편안했다.
사진을 보는 걸로도,
음악을 듣는 걸로도 과거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게 할 수 있지만
코로 맡는 향기가 떠올리우는 기억은
보고 듣는 기억보다 더 깊고 더 입체감이 있다고 느꼈다.
그 냄새를 맡았던 장소,
함께 있었던 사람,
그때 느낀 감정,
우리를 둘러싼 순간의 모든 것…
시공간이 순식간에 파파팟 떠올랐으니까.
아니, 아예 그 시간 속으로 모든 감각과 감정이 다시 돌아간 것 같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잠시 잊고 있던 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만나면 서로 반가워 하며 수다 떨던 시간들. 나눴던 대화의 내용들. 조심스럽지만 다정한 행동들.
나는 그 기억으로 인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힘을 낼 수 있었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곤 했지.
과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과 귀보다 감각이 무딜것 같은 후각과
바깥 세상을 받아들이는 정보로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냄새를 통해
이런 풍부한 경험이 가능한 것에 무척 놀랐다.
혼이 쑥 빠져나가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온 느낌이다.
덕분에 피곤한 퇴근길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