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손 잡고 폭풍 속을 지나는 중

7. 속절없이 지나간 2년

by 슈퍼 마리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음 여기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넣었을 때는 폭포처럼 쏟아질 말을 받아줄 때가 필요했고 그리고 어쨌거나 당한 일, 블랙코미디처럼 이라도 웃으며 그 기간을 지나가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생각 따로 마음 따로여서 이후 부동산 소개소 앞만 지나가도 가슴이 뛰고 전세사기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내려앉아 짬짬이라도 웃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대신 꾸미꾸미 울거나 우울해지기 일쑤였던 나날이었다.

아들은 그래도 괜찮은 척 되려 엄마를 위로했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 처음 서울에 올라갔을 때 잡았던 아들의 그 차갑던 손을 내내 잊지 못하는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으면서 마음만 아리고 지쳐 온 시간이다.


그 사이 다른 문제로 감옥에 갔다던 집주인은 출소를 하고 얼마 전 파산면책신청을 접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세입자들이 함께 파산면책에 의의를 제기해보려 했으나 이 조차도 어려웠다. 집 구조가 다세대여서 세대별로 법무사를 쓰고 이의를 제기해야 할 지경이었다. 결국 안 그래도 힘든 살림에 법무사 비용까지 들여봐야 소득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 다수는 포기한 모양이다.

아들도 법무사 비용이 아깝다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래도 우선은 파산면책 이의제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아들과 나눈 이야기, ‘그 사람을 미워하고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여야 한다’였다. 다만 우리가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옥 같은 상황인데 가해자가 책임을 면책받는 것이 너무 쉬우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거고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정부가 하는 일도 야속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가해자도 국민이고 그가 파산면책을 신청해 오면 접수받아야 하겠으나 그것을 피해자에게 이의 신청을 하라고 하는 것은 잔인한 일 아닌가? 최소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이 어느 만큼 작동하고 난 후 가해자의 파산면책도 고려대상으로 삼는 행정적 판단이 있어야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또 속절없는 돈을 쓰고 있다.


얼마 전 코인 4억이 있어도 월 8천만 원을 벌어도 개인채무를 탕감받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6948

다른 기사에서는 코인투자로 빚을 졌는데 개인회생으로 빚을 탕감받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럴 때는 전세사기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 화가 올라온다. 전세사기피해자들이 법을 잘 몰랐다거나 지나치게 세상을 신뢰했다거나 아니면 불운했다거나 하는 잘못 말고 자신의 인생에서 범죄 했나, 삶을 탕진했나, 책임 없이 살았나? 그런데 국회는 선거 때 열심히 그리고 임기가 바뀌기 전 쇼처럼 구제책을 의결하고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렬전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리더니, 선거가 끝나고 그다음은, 그다음 진심을 담은 행보는 있는가? 대통령은 가끔 생각날 때 한마디 관심을 표하고 넘어가는 것 말고,,, 정말로 절박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는 있는 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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