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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빛 Jul 17. 2021

아이의 생일 용돈, 귀하고 의미 있게 쓰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엄마, 오늘은 코로나 확진자 수 몇 명이예요?
1600명 넘었으면 말해 주지 말아요.(무서워요.)


코로나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여. 최근 들어 폭증하는 확진자 수가 걱정되었는지 아이는 잘 놀다가 한 번씩 엄마에게 묻곤 합니다. 올해 1학년이라 매일 등교하다가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원격 수업이 진행되면서 아이의 일상에도 변화가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스크 없는 2년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마스크 없이 산책하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아이에게 희망을 기대하는 말을 해온 지 1년 6개월여. 엄마가 하는 말이 그저 하는 뻔한 말이라 느끼지 않도록 아이를 꼭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이마에 뽀뽀를 합니다.


검은 먹구름 뒤에는 햇빛이 숨어 있고,
반짝이는 별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한 것이란다.


힘들고 답답하겠지만, 오랜 시간 우리를 위해 고생해 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자는 말에 아이는 맑은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 하나 없는 야외에서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하는 분들의 수고로움을 직접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




최근 친정에 갔다가 아이의 생일이라고 부모님과 언니에게 용돈을 많이 받아 왔습니다. 아이와 어떻게 용돈을 쓸까 대화를 나누다가 의미 있는 일에 쓰자고 하니 아이는 흔쾌히 '좋아요~!'를 외쳤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돈으로 지역 보건소와 소방서에 간식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아이의 다른 반 친구 1명이 확진이 되어 1학년 전체 학생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30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들.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서 그 현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바로 우리 곁에 와 있구나.'


지난해 3월, 코로나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손편지와 간식을 준비해 갔다가 인연이 된 우리 보건소장님. 그렇게 인연이 된 보건소장님은 우먼 파워를 제대로 보여주시는 능력은 물론 인품까지 훌륭하신 분입니다. 그분과의 인연에 저도 아이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 소중하고 특별한 인연 >


다른 사람을 통해 보건소장님이 올해 정년을 앞두고 계신다는 말을 들은 후 소장님이 일을 그만두시는 날까지 작으나마 힘이 되어드려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생일 용돈으로 준비한 작은 선물은 우리가 마음으로 준비했던 열 번째 선물이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
< 마음과 마음을 나누다 >


어제 갑작스럽게 내렸던 폭우가 지나가고 무지개가 떴습니다. 오랜만에 본 무지개는 태어나서 보았던 가장 크고 아름다운 쌍무지개였습니다.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뜬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며 코로나가 사라진 후 당연하다 생각했던 그 평범한 일상 아니 그 소중한 일상들을 마음껏 누릴 그날들을 기대해 봅니다.


Good luck to you!
< 행운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얼마 전 기사로 접했던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건. 그 화재로 순직하셨던 구조대장님은 오랫동안 우리 지역에서 근무하셨다가 최근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셨던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고 소식이 있던 날 시청 관계자로부터 그 얘길 전해 들었는데 그로 인해 초상집 분위기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22년 베테랑으로 타의 모범이 되셨던 분이라고 하는데 오랜 시간 동거동락하며 근무하셨던 분들의 애통함과 상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작으나마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와 함께 손편지와 간식을 준비했습니다.(소방서 가기 전날 아이의 학교 바로 맞은편 마트에서 큰 화재가 있었기에 아이도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수고로움을 더욱더 절실히 느꼈을 것입니다.)


< 우리의 단골 마트, 하루 빨리 복구되기를..>


찾아보니 우리 지역에 소방서와 119 안전센터가 세 군데 있길래 간식과 손편지를 세 개씩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감사한 마음만 전하고 오려했는데, 그 마음을 귀하게 여겨 주셔서 아이에게 유익한 체험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날 제 기억에 가장 남았던 것은 바로 수없이 쌓여있던 산소통이었습니다.


후배인 팀원들을 이끌고 맨 앞에서 화재 현장에 진입했던 김동식 구조대장님은 통로를 역행해 맨 뒤쪽에서 팀원들을 챙겨 이동하던 중 쏟아진 가연물 더미에 막혀 고립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구조대장님이 메고 있었다는 산소통. 그 산소통은 50분 정도 숨 쉴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 우리들의 영웅, 그리고 희망 >


그날, 우리 앞에서 편지를 읽어보셨던 분은 잠깐의 침묵을 깨고 우리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시며 소방서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소방서와 시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정작 감사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인 것을...


그날 저녁, 친분이 있는 시청 관계자에게 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우리 모녀의 소방서 방문으로 다들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작으나마 우리의 마음이 전달된 듯해 가슴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지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저녁 식사 시간이 더욱더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에게 다시 한번 더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돈의 가치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어떻게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아이가 받은 생일 용돈을 그 어떤 때보다도 특별하고 귀하게 사용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아주 값지고 귀한 추억을...


린아, 네가 용돈 흔쾌히 그렇게
사용하자 해줘서 고마워!
너에게도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지?^^
나머지는 엄마가 네 통장에 저축해 놓을게~♥


< 뭔가가 부족한 듯해 이것저것 더 챙기고픈 마음 >
< 편지로 마음을 전하다 >
< 엄마는 초원의빛, 아이는 하늘의빛 >
 <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 아이가 받은 선물 >


written by 초원의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이해원님의 '시간에 기대어'

https://youtu.be/VhHYROJA6xQ



'르네파페(Rene Pape)님의

'시간에 기대어(Leaning on time)

https://youtu.be/HCw7xmoh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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