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채색 개발자입니다.
최근 회사에 여유가 생겨서 더 큰 공간으로 이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개발 PM을 뽑으려 하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PM이 뭔지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어서 PM 교육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그런데 PM을 뽑는 이야기를 주변 분들과 나누다가 한 선배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너희가 하고 있는 건 주객전도야."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언중유골이라고 하죠, 선배의 한마디에는 깊은 뜻이 있었습니다.
교육받기 전 제가 생각했던 PM은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PM = 서비스 기획자 + 프로젝트 관리자
유저 전략에 따른 우선순위 도출 및 구체화
Data 기반 의외의 인사이트 도출
서비스 및 고객분석을 통한 유효가설 도출
필요역량도 명확해 보였습니다
논리적/체계적 사고
급적 마인드와 적극적으로 이슈를 해결하려는 추진성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끈기
뭔가 완벽하게 정리된 사람? 데이터 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그런 이미지였거든요.
그래서 PM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이유도 이랬습니다.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싶다
프로젝트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다
더 나은 기획이 필요하다
팀이 커지니까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PM을 뽑으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거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교육을 듣고 나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교육에서 나온 PM의 진짜 모습은: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기술이 아니라 인적 자원과 프로젝트 관리의 문제로 실패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에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청자에 의해 완성된다"
어? 분명 프로세스 교육인데 계속 '사람'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강사님이 제일 강조하셨던 것도 프로젝트 팀 빌딩이었습니다.
경험 기반 인터뷰로 팀 구성
학습조직 운영
"오늘 새롭게 배우고 깨달은 것은?" 성장일지 쓰기
데이터 분석하고 논리적 사고하는 게 아니라... 사람 성장에 집중하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PM을 뽑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하니 반응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너희 회사 알지도 못하는데 면접을 맡기는 건 실수다."
"너희 회사에서 진짜로 필요한지부터 고민을 해봐라."
"사람 뽑는 거 신중해야 하고, 지금 필요한 게 확실히 리스트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늘리는 건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하셨습니다.
"옛날에는 사업이 커지면 사람을 늘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그러면서 선배는 사례를 말씀해 주었습니다.
선배가 들려준 오늘룩이라는 회사 이야기가 있습니다. 급여를 못 주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첫 매출 990원으로 시작했던 회사. 23년 첫 매출이 발생하면서 24년에 4.3배 성장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부분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매출이 늘어나면, 이어서 사람 숫자를 늘리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매출이 늘어나도, 팀원 숫자는 절대 늘리면 안 된다.' 절대 보수적으로 생각해요."
그 이유는:
인당 연 매출이 높아지고, 회사가 위기를 직면해도 흑자를 유지할 수 있다
쓸데없는 업무는 신경 쓸 시간이 없고, 주요 업무에만 초집중 가능하다
'매출 → 영업이익 → 더 큰 매출 → 더 큰 영업이익' 투자 없이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그제서야 선배가 "주객전도"라고 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우리(주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야 하는 사람
PM(객체): 문제 해결을 도와줄 수 있는 도구
그런데 우리는 이걸 뒤바꿔서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PM을 뽑으면 문제가 해결될 거야" → 이게 바로 주객전도
진짜는 "우리가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M이 정말 필요한지 판단해야 하는 거"였습니다.
PM 교육에서 강조했던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적절한 사람들을 구하고, 알맞은 일을 할당하고, 동기부여하는 것"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포크레인으로도 못 막는다"
PM은:
프로세스 마스터가 아니라 →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라 → 상황을 읽는 사람
완벽한 기획자가 아니라 → 관계를 만드는 사람
그런데 우리는 PM을 만능 해결사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선배는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시니어를 뽑자 보다는, 뭘 해야 할지 아는 게 중요한 거기 때문에 그건 시니어 개발자라고 해도 못 정해줘."
"대표님이 컨설팅 받았다고 하셨죠? 그럼 뭘 해야 할지는 나왔을 텐데 왜 PM을 뽑으려는 거예요? 컨설팅 결과를 실행할 사람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여전히 방향을 못 정한 건지 명확하게 해야 해요."
우리가 PM을 뽑으려는 진짜 이유가 "뭘 해야 할지 몰라서"였다면, 그건 PM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PM은 이미 정의된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사람이지, 문제가 뭔지 찾아서 정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희 대표는 "컨설팅을 여러 번 해보았고 현재 가능성을 보았다"고 확신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확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무서운 단어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확신을 하지? 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거든요.
특히 스타트업에서 "확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그 확신이 데이터와 경험에 기반한 건지, 아니면 그냥 희망 사항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결국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것 같습니다.
1. 진짜 문제가 뭔지 명확히 정의하기
개발 속도가 느린 게 정말 사람이 부족해서인가?
프로젝트 관리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인가, 프로세스의 문제인가?
2. 그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들 고민하기
정말 사람을 뽑아야만 해결되는 문제인가?
기존 팀원들의 역량 강화로는 안 되는가?
외부 컨설팅이나 도구 도입으로는 안 되는가?
3.PM이 정말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뭘 맡길 건지 정하기
단순히 "프로젝트 관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역할
성과 측정 방법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
솔직히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PM을 뽑는 게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일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의 답답함을 해결하려는 성급한 판단인지...
PM 교육에서 배운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과 선배들이 강조한 "사람을 함부로 늘리면 안 된다"는 말. 언뜻 모순되어 보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중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적어도 "사람을 뽑으면 해결될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게 정말 필요한 건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뭔가?"
주객전도 하지 않기. 쉽지 않지만 꼭 지켜야 할 원칙인 것 같습니다.
PM 교육과 현실의 조언이 만나는 지점에서 얻은 깨달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