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게를 버리자
햇살이 먼지처럼 흩어진다
빨랫줄에 매달린 셔츠는 숨결처럼 흔들리고
나는 그 틈새로 오래된 냄새를 들이킨다
빛은 천천히 가라앉고
벽에 기대 웃던 그림자는 내 안에 녹아 사라진다
따뜻한 숨결만이 남는다
오래된 팝송이 공기를 스치자
소리는 물처럼 흔들리며 내 귀를 지나가
이름 모를 감정을 남긴다
탁!
보이지 않는 방아쇠가 스르르 당겨지고
총성도 없이
나는 명중된다
코코아 잔의 잔열이 손끝을 지나
허공 속으로 흘러갔다
그때의 말들은 가벼운 안개처럼 나를 감싼다
기억이
손끝과 발끝 사이 부드러운 강물처럼 흐르고
나는 조용히 그 물살 속에 스며든다
빛의 조각이 먼지 사이를 흘러
손등을 가만히 덮는다
순간, 나는 조용히 무너진다
차가운 유리창 위 당신 숨결이 희미하게 맺히고
이내 녹아내리고 만다
남겨진 건 가지 끝에 매달린 한 점의 공기뿐
기억은 다시 무언의 손길로 나를 잡아당긴다
나는 저항 없이 쓰러진다
밤늦은 지하철,
어둠이 스민 창밖,
잠든 사람들 사이,
이어폰에 빠진 고요한 영혼들 사이,
나는 투명하게 서 있다
식어가는 공기,
느리게 흘러가는 마음,
기억은 아무 말 없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지워지지 않는 이름 없는 것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그 연기는 선명하고 차가워
숨결을 가르고 심장을 울린다
나는 그 안을
헤엄치듯 걷고, 걷듯이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