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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의 촉감

by 아이언캐슬

겨울 저녁 공기는 늘 조금 늦게 도착했다
빛이 벽을 기울일 무렵
우리는 창을 닫았고

그 순간 조용한 저녁이 시작되었다

창틈 사이로 스며든 한기
등 뒤로, 아주 느리게 파고들던 기운
말끝이 얼어붙은 공기처럼
누군가 말없이 다녀간 자리였다

너는 머그잔을 두 손에 감쌌고
나는 그 손 위에 시선을 얹었다
입김이 창에 흩어질 때마다
우리는 어딘가 조금씩 사라졌다

장갑 속에서 내 손을 더듬던
너의 손가락
서로를 꼭 붙잡지 않으면
세상에 버려질 것만 같던 마음

모서리가 닳은 머그잔

그 온기 하나로 우리는 버텼다


귓가에 닿던 보일러 소리
스르륵, 눈 내리는 소리마저 사랑이었다

문틈 사이로 스며들던 오렌지빛 햇살
그 마지막 한 조각까지 기억난다


네가 떠난 날
그 햇살마저 침묵처럼 길게 드리워졌지

그날 보일러는 멈췄고
나는 네 손을 문득 그릇처럼 들고 있었지
눈이 오고 있었다
따뜻함은 끝나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 모든 온기가 네 손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지금도 겨울 저녁은 찾아오지만
그 공기는 더 이상 피부에 닿지 않는다
장갑을 껴도 시린 손끝처럼
기억은 닿을 듯 말 듯 아득하다

나는 여전히
그때의 머그잔을 들고
빈방 한가운데 앉아 있다
김 서린 창 너머로
뒷모습이 스치듯 지나갈 때마다 다시 생각난다

입김 속에 네가 사라졌고


나는 그제야 내 안의 빈방을 보았다

겨울 저녁은 따뜻한 게 아니었다
따뜻해지려 애쓰던
우리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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