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
앉았던 의자가
가볍지 않은 그리움으로
비어 있다
의자는 여전히 너의 온기를 품고 있다
의자는 말없이 무엇을 기다리며
그 자리에 남은 흔적들을
조용히 숨 쉬듯 마시고 있다
누가 앉을 때마다
너의 향기가
그 자리에서 푸욱 푹 일어나곤 했다
의자를 마주할 때마다
그리운 모습이 떠오르고
그때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공기 속에 흩어진다
이야기는 이제
숨결처럼 내 안을 맴돌다
남겨진 목소리가
빈 공간을 채우려 한다
오늘도 의자에 앉으면
익숙한 숨소리가 나를 에워싼다
온기가 온몸을 감싸듯
내 마음도 너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되지
그날, 너는 그 의자에서 일어났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식은 찻잔만 두 손으로 감쌌어
의자가 텅 빈 줄 알았지만
텅 빈 건 내 마음이었지
의자에 앉으면 시간이 멈춘 듯
그 순간 너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되살아난다
미소, 그 손길, 웃음소리까지도
빈 의자에 남아 있는
그림자처럼
내 곁을 맴돈다
빈 의자에 앉을 때마다
너의 기억은 마치
시간을 넘어 다시 돌아오는 듯
조용히 내 안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