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을 손에 쥐는 순간
따뜻함보다 먼저
너의 손끝이 떠올랐다
입술이 닿기도 전에
차향 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먼저 피어났고
그 웃음은 증기처럼 흩어졌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너는 조금씩 내 안에 스며들었고
잔이 식어갈수록
우리의 말도
점점 조용해졌다
마음이 함께 식어간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날,
잔을 비우고도 나는 앉아 있었고
두 손엔 아직
미지근한 온기 하나가 남아 있었다
이제는
차가운 잔을 감싸 쥔 채
나는 그때의 향기를 되감는다
사라진 온기 속
아직 너는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