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가장 먼저 당신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불 너머 어딘가
아직 다 빠져나가지 못한 숨결처럼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꿈이었을까
정말 당신이 다녀간 걸까
그 짧은 순간이
너무 선명해서
나는 한동안 현실을 잊었다
손 끝에 온기가 스쳤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당신의 말투가
내 안 어딘가를
아직 감싸고 있었다
가끔은 붙잡으려 손을 뻗지만
허공만 어루만지는
그 순간,
당신은 바람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도 괜찮아
그 꿈에서 당신은 웃고 있었고
나는 그 웃음을
하루 종일 품고 지낼 수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그 여운 속에 머물고 있다
잠에서 깬 나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당신 모습
우리는 그 사이, 잠시 머문다
그리고 또 천천히 돌아온다
그러나 당신은 아직 내 안 어딘가에
사라지지 않는 기척으로
조용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