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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에 떨어진 낙엽

by 아이언캐슬

돌담길을 걸을 때마다
바람은 오래된 서신처럼 계절을 펼쳤다 접고
낙엽은 하늘에서 내려온 메신저처럼
내 발끝에 도착했다

그건 단순한 낙엽이 아니었다
시간의 편린, 숨결의 화신,
아직 끝나지 않은 대화가
잎맥 속에 고요히 새겨져 있었다

발자국이 스치자
낙엽은 종소리처럼 떨리며
잠들어 있던 기억을 깨웠다
돌담 사이엔 오래된 메아리가 숨었고
바람은 그 메아리를 내 귀 속까지 들여보냈다

마지막 낙엽 하나가
네 어깨 위에 내려앉던 순간,
그건 계절의 마지막 인사가 아니라
네게 닿지 못한 내 손길이었다
나는 그것을 떼어주지 못했고
우리의 침묵은 빛없는 문장처럼
바람에 흩어졌다

이제 나는 다시 그 길을 걷는다
낙엽은 여전히 하나씩 떨어져
시간의 언어로 나를 불러 세우고
그 위를 밟을 때마다
숨결은 파문처럼 퍼져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이어졌다

돌담 위에 포개진 그림자들
낙엽은 그 위에 조용히 눕고 그 속에서
아직 귀가하지 않은 계절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빛의 가장자리에 숨어 있는
시간의 메신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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