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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Feb 22. 2021

마중 나가기 좋은 거리

신혼백서

역세권, 지하철이나 기차역을 중심으로 500m 반경 내외의 지역으로 도보로는 5~10분 안팎인 지역을 말한다.

나와 아내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은 지하철역까지 열심히 걸어가면 딱 10분이 걸리기 때문에, 역세권 끄트머리라고 할 수 있겠다. 너무 가깝지도 않기 때문에 시끄럽지도 않고, 한 블록 떨어져 있다 보니 단지가 조용해서 한적하다는 느낌을 주는 참 적당한 거리이다. 


출근할 때에도 버스를 타지 않고 지하철 역까지 갈 수 있고,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고 싶을 때에도 부담 없이 지하철까지 걸어갈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을 말하자면, 마중 나가기 너무도 좋은 거리라는 것이다. 

나와 아내의 퇴근시간과 회사까지의 거리는 차이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리고, 퇴근시간은 대략 7시 정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 오게 되면 이미 해는 지고 8시 정도가 되는 것이다. 아내는 대중교통으로 약 30분, 퇴근시간은 대략 5시 정도가 된다. 그래서 나보다 항상 집에 먼저 도착해 있다.


1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다 보면, 꽉 막혀있는 느낌 때문인지 답답해서 집으로 걸어가는 10분을 아내와 같이 걸어가고 싶어 지고는 한다. 그러면 집에 있는 아내에게 "나 지금 OO역인데, 데리러 온다고?"라고 농담처럼 말하며, 마중 나와달라고 조르곤 한다. 그러면 아내는 또 쫄래쫄래 나와서 집으로 걸어가는 10분 동안 서로 회사에서 있는 일들과 고민들을 털어낸다. 집에 도착하면 서로 집에서 각자 쉬어야 하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거나, 까먹을법한 이야기도 함께 걷는 퇴근길에서 많이 나누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같이 걸어오는 퇴근길에 대화로 회사일들은 점점 내려놓고 잊어버리고, 집에 돌아가는 남편으로써의 삶으로 돌아오게 만들어 준다.  


최근에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느라 주 2일 정도는 집에서 근무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아내를 마중 나가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아내가 퇴근할 때 밀린 회사일 때문에 마중을 나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5시 반 시간에 맞춰서 아내를 자주 마중 나가고는 한다. 

몇 번 직접 마중을 나가다 보니, 마중 나가기 너무나도 좋은 거리라는 것이 문득 느껴져서 행복함을 느꼈다.

사실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이 정도 거리는 혼자서 와도 금방 올 텐데" 하는 솔직함이 살짝 더해진 귀찮은 생각과, 오히려 자칫 늦으면 마중 나오는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또 반대로 거리가 멀면 마중 나오는 사람도 부담이 되고, 시간 맞추기도 참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는 마중 나가기 너무 적당해서, 만나러 가는 이 길을 설레게 만들어 준다. 10분이라는 마중 나가는 길은 설렘을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게도 차갑게 식지도 않게 딱 알맞다.


지하철역 바로 앞에 살아 출근길이 가까워서 좋은 점이 있지만, 역 주변 소음으로 인해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듯이 무작정 가깝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든 사이가 그렇다. 가까운 사이라고 모든 것이 좋다고 할 순 없다. 가까움에 피로를 느끼기도 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오히려 더 작은 것으로 서로 실망하고 상처 받기도 한다. 또 사이가 틀어졌을 때 더 급격한 방향으로 서로에게 등 지는 것은 더 가까운 사이일수록 심하다.

이를 위해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히 마중 나가기 좋은 거리를 서로에게 만들어 줘야 한다.

나에게 오는데 지치지 않게 적당한 거리, 내가 다가가면서 식지 않을 적당한 거리를 서로에게 만들어 준다면 적당한 온도로 가운데서 만날 수 있다.


애틋한 사이일수록 가까운 것이 아니라, 가장 적당한 거리에 있는 사람이 가장 애틋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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