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백서
"어유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아내의 손을 잡으며 내가 항상 하는 말이다.
"수족냉증이라 그래"
아내의 대답은 항상 같다. 하지만 잡을 때마다 또 물어본다.
아내는 손발이 차가워서 겨울에 손이 시릴 때 내 코트 주머니에 손을 쏙 넣고는 한다.
그러면 나는 아내 손 이곳저곳을 문지르며 손을 녹이고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나는 몸에 열이 많아서 정말 추운 겨울에도 손은 항상 따뜻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손을 잡고 있으면 내 손의 온도와 아내 손의 온도가 적당하게 맞춰진다.
하지만 장난기 많은 아내가 차가운 손을 옷 사이로 넣을 때면 가끔씩 확 놀래곤 한다.
차갑다는 핑계로 발을 내 다리에 가져다 대며 따뜻한 물에 발 담그듯이 자기 발을 녹인다.
그러고는 온도가 따뜻해질 때면 슬쩍 더웠는지 다시 멀리 가버린다.
더운 여름이 오면 반대로 내 차례가 다가온다.
일부러 아내에게 가까이 붙어서 체온을 식히고 치근덕 대기도 한다.
뜨거운 손을 아내 이마에 가져다 대고 손을 잡고 내 온도를 식힌다.
우리는 사계절을 보내며 대화를 나누고 추억을 나누고 서로의 온도도 나눈다.
서로 식혀주고 덥혀주고 춥지 않고 덥지 않도록.
네가 차가워도 괜찮다. 나는 뜨거우니까
내가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겨울이 점점 가고, 아내의 시원한 손이 필요해지는 계절이 다가온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