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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00'  is My Castle"(법숨소3)

- 법의 숨소리 3

by 이정봉 변호사 Mar 12. 2025

모든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단, 한가지는 예외이다.  


이미 현대인의 본성이 되어 버렸고,


사람의 한계 자원인 주의력(attention)을 포획하여 폭주하고 있으며,  


의식의 끝자락을 손가락에 연결시켜 버린 예외.


검색을 위해 디지털 창에 올려진 손가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너무도 정직하다.


 숨겨진 의식의 한톨까지 남김없이 드러내어 디지털 창으로 전달한다.


과거에는 집이 침범되어서는 안되는 개인의 은밀한 영역이자 프라이버시였고, 지켜야 할 성채였다.  


그래서 영국 법치 전통의 레전드,  에드워드 코크는 'My Home is My castle'이라고 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현대인들에게 그렇게 지켜져야 할 성은 무엇일까? 아파트일까? 빌라일까?


아니다. 적어도 프라이버시라는 관점에서는 한 손에 들어오는 요 작은 '스마트폰'에 버금갈 것이 없다.  


너무도 정직하게 나의 내밀한 의식과 사생활을 담고 있는 물건.


그래서 현대인들에게는 'My Phone is my castle'인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스마트폰에 모든 것이 담겨있으니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스마트폰은 그만큼 중요한 '증거의 보고'이다.   


수사기관의 비장의 무기인 압수수색의 핵심도 결국 스마트폰의 압수에 달려 있다. 스마트폰을 압수하지 못하면 수사는 갈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끝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압수해도, 디지털 증거에는 '관련성'이란 제약이 있다. 현재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범죄와 '관련성'이 없는 것까지 모조리 샅샅이 뒤져가며 압수수색할 수는 없다.


a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시작했는데 정작 압수한 스마트폰에서 b가 나오면 즉시 압수수색을 중단하고 새로운 영장을 받아야 한다.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최초 영장과 관련성이 없음에도 압수한 증거는 위법하게 압수한 '위법수집증거'가 된다.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한다. 그냥 말짱 꽝이다.


사기 사건 조사를 위해 받은 영장으로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뇌물죄 증거가 발견된 경우이다.


'관련성'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란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압수해도 '접근제한 조치'가 되어 있으면 문제가 복잡해 진다.


안면인식, 지문과 같이 대상자가 몸에 지니고 있는 부분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강제할 수 있는 것이다. 영장을 받아 얼굴에 들이대거나, 손가락을 잡아 눌러 접근제한조치를 해제 할 수 있다.  


만일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만들어 대상자의 머리 속에 외워서 가지고 다닌다면 어떠한가?


이러한 비밀번호는 몸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대상자의 진술의 영역이자, 양심의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 이를 강제하는 것은 진술거부권을 포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되고, 결국 최상위 규범인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문제로 연결된다.


최소한 이를 강제할 수 있고, 응하지 않은 경우 제재를 가하는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테러나 공중에 큰 위해를 가져올 사건에 한하다거나 급박한 경우 등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법은 없다. 테러 등의 심각한 범죄현상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다.


법은 그 나라의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우리가 잘 못느낄뿐, 우리나라의 치안이 아직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상자를 강제함이 없이 기술적으로 복잡한 비밀번호를 풀어낼 수는 없는가?


가능한 일이지만 첨단 기술이 동원되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이다.  


게다가 업체들은 점점 더 보안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에 있다.


기술은 공진화 과정을 거치니, 점차 발전해 가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어 큐비트가 춤추는 날이 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물론 실제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비밀번호 해제에 스스로 협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위 '임의수사' 방식이다. 어쨋든 복잡한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진술거부권, 양심의 자유, 기억하시기 바란다.


다만,  뒷감당은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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