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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날 Apr 20. 2022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며느리는 백년손님 PART1] 아내는 이제 시댁에 가지 않는다

셀프효도를 하기 전, 또 한 번은 누님과 매형 그리고 우리 부부가 부모님 댁에 모였을 때 부모님이 아프시면 병간호를 누가 하느냐’ 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아내는 ‘당연히 자식이 해야 한다’, 누님은 ‘며느리가 해야 한다’며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었지요.


“아니, 왜 시부모 병간호를 며느리가 해? 자식이 해야지.”

“며느리도 가족이 됐으니까 할 수도 있는 거지, 꼭 자식이 하라는 법 있어?”

“부모님께서 자식이 아기였을 때 똥, 오줌 갈아주셨으니까 자식이 부모님 똥, 오줌을 갈아드리는 게 맞지. 자식도 아닌 며느리가 그거 하면서 좋은 생각이 들겠어? 물론 상황에 따라서 간병인을 쓸 수는 있겠지만 나도 내 부모님 병간호는 내가 할 생각이거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매형도 아내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아내를 통해 들은 내용입니다. 사실 저는 그때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마트에 가는 차 안에서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당시 제가 누님 편을 들었다고 얘기해 주더군요.


“여보가 그때 누나 편을 들었는데 기억 안 나? 당신도 가부장적인 면이 있더라고.”


순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 별수 없었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아니, 더 나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변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지금은 아내 말에 동의하니 다행입니다. 아내의 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부모는 두 분 마음대로(자녀의 동의없이) 자녀를 낳은 책임으로 어린 자식의 똥, 오줌을 받아줍니다. 보통은 이런 일에 대해서는 부모님께 받은 은혜를 돌려드릴 길이 없습니다. 부모를 낳아드릴 수는 없으니 말이죠. 다만,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거나 거동을 못 하시면 누군가는 똥, 오줌을 받아야 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갚을 수가 있는 것이죠. 이런 기회를 왜 남에게 주나요? 부모님은 며느리가 아니라 자식인 우리의 똥, 오줌을 받아주셨는데 말이죠.


사전에서 ‘은혜’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부모님의 은혜는 하나님, 부처님의 은혜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웬지 동급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그만큼 대단한 의미가 있다는 것 아닐까요? ‘사람은 구하면 앙분을 하고 짐승은 구하면 은혜를 한다[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은 죽을 고비에서 구해주면 그 은혜를 쉽게 잊고 도리어 은인에게 앙갚음하지만, 짐승은 죽을 고비에서 구해주면 은인을 따른다는 뜻입니다. 흥부와 놀부’에서 자신의 부러진 다리를 고쳐준 흥부에게 박을 가져다 준 제비나, ‘선녀와 나무꾼’에서 사냥꾼으로부터 목숨을 구해준 나무꾼에게 선녀가 멱을 감는 연못을 알려준 사슴보다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를 모르는 것은 제비나 사슴만도 못하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부모님의 간병 문제로 자식과 며느리가 다툴 일이 아니라 각자 부모님께 받은 은혜를 어떻게 갚는 게 좋을 지 고민하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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