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시 소개

'후광, 눈물,연기' 윤인선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사라지는 것, 읽을 수 없는 것, 소유할 수 없는 것

재현할 수 없는 것을 재현한다.

진부한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밤의 가시성

의식의 정전상태에서 임박하는 에덴

유령적인 이미지,

투명한 사태

나타날 수 없는 것의 나타남.




반복된 스트라이프 패턴과 레이어들의 유희가 흥미롭다. 작가님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더 듣고 싶다.

저에게 예술은 언제나 일상의 진부함 가운데 시적 순간, 비언어적인 틈, 비일상을 기입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어디에 있든지 “발견된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재인용”하는 방식으로 태어나는 제 작업은 결함이 있는 사진의 모습을 재현하는 회화에서 시작되었어요. 회화작업에만 올인했던 10여년간의 시간 이후, 언젠가부터 저는 회화의 의도보다는 회화의 “존재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지난해부터 회화를 비회화적으로 인용하는 작업에 큰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카페 톨릭스에 전시된 작품은 『기적, 텔라파시, 잔여물 Miracle, Telepathy, Leftovers (2016)』와『구름이 덮였을 때: 기원과 심연에 관한 에세이 (2015)』에서 온 것들로, “존재와 진리, 그리고 회화”에 대한 개인적 상념들을 그래픽과 시적 언어로 번역한 작업입니다.

최근 저는 그래픽과 입체 조형, 설치를 혼합하는 작업을 보다 큰 스케일로 확장시키는 중에 있습니다. “회화는 없지만 회화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 오랜 회화작업 “이후의” 비회화적 시도이기에 한동안은 저의 산물을 포스트페인팅 post-painting이라고 부르게 될 것 같습니다.


<도착하는 대답>, <도주하는 거주지> 등의 작품명(네이밍)이 인상적이다.

네, 틈틈이 적어두는 노트에서 발췌한 단어들을 포스트잍에 적어서 추첨하고, 우연히 만들어진 조합들 중에 이거다 싶은 것을 제목으로 붙였어요. 의도 밖에서 저를 찾아온 진리랄까, 계시라고 여기면서요.


2.jpg “기적, 텔라파시, 잔여물 Miracle, Telepathy, Leftovers” gallery view, 2016


지난 5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의 전시『기적, 텔라파시, 잔여물 Miracle, Telepathy, Leftovers (2016)』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아낸건지 궁금하다.

저는 진리란 자신을 부정하는 "잔여물"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고 믿습니다. 유령처럼 출몰하는 이 "잔여물"의 이미지를 전시공간에서 시각화하는 작가적 제스쳐가 "텔레파시"라면, 그 이미지 언저리에서 언어화할 수 없는 어떤 진리가 스쳐가는 순간을 "기적"이라 부르고 싶었어요. 참 시적인 이야기인데, 이 정도로만 설명할께요.(웃음)


작업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하는데, 여러가지 스트라이프 패턴을 만들고, 일상에서 찍은 스냅사진에서 기하학적인 형상을 추출합니다. 이들 형상에 각종 스트라이프를 입히고, 형상들을 겹치고, 다시 스트라이프를 입히고, 형상들을 덜어내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상당히 직관적으로 빠르게 작업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나오기까지 수십개의 이미지를 버리곤 해요. 지난 전시는 오프닝 직전 인쇄소 컴퓨터에까지 앉아 계속 작업을 했었어요. 일주일 내내 매일 밤 늦게까지 만들었던 작업은 대부분 인쇄하지 않았고 오히려 오프닝에 임박해서 완성된 작업을 인쇄하였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7기 작가로 활동하다가, 이제 곧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다고 들었다. 그 곳에서의 계획과 레지던시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네,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인천아트플랫폼에 있었어요. 레지던시 첫경험이었는데, 비슷한 고충과 이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작가들과 일종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작가 분들은 사회에서 만나는 타분야 사람들과는 다르게 순수하고 계산이 없어요. 얼마전 다 같이 무의도로 엠티를 다녀왔는데, 모두가 동심과 낭만으로 돌아간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마음에 울림이 있고, 감동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청주에 가서도 “더불어 사는” 작가공동체를 만날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심연의 실험 연작, digital print, 각 18x25.5cm, 2015.jpg 심연의 실험 Studies on Abyss 연작, digital print 각 18ⅹ25.5cm, 2015


올해 또 다른 전시계획이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실지 궁금하다.

현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8월까지 『도큐멘트 10년의 흔적, 10년의 미래』라는 기획전에 참여 중이구요,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청천벽력 Out of the Blue』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포스트페인팅 post-painting, 즉 그래픽과 설치, 시적 언어를 조합하는 작업을 계속 확장시킬 생각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한해가 벌써 반 이상이 지났는데, 모두들 그 동안 하지 못하고 서성대기만 했던 신년계획이나, 가슴 밑바닥에 고여있던 꿈들을 어서 행하시길 바래요. 저도 그래야하거든요. 말은 이렇게 하는데, 하루하루가 똑같이 흘러가고 오늘도 전시 디피하고 몇시간 운전한것 말고는 특별히 한 게 없어요. 아, 자기전에 이렇게 인터뷰 글을 쓰고 있네요. 낯설고 신비로운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기력증을 떨치고 일어나서 진부해진 일상에 균열을 일으켜야겠죠?(웃음)


3.jpg 문득 필요한 모험 A Sudden Adventure, mixed media, variable size, 2016




윤인선 작가님의 작품은 한남동'카페톨릭스'에서 7월 4일 월요일부터 7월 27일 수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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