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시 소개

[풋-] 윤지원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 풋 - ]

「1」((일부 명사 앞에 붙어))‘처음 나온’, 또는 ‘덜 익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풋감/풋고추/풋과실/풋김치/풋나물/풋콩.

「2」((몇몇 명사 앞에 붙어))‘미숙한’, ‘깊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풋사랑/풋잠.

출처: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스크린샷 2016-07-21 오전 10.03.24.png Adult Baby no.1, 65.1×45.8(cm), 복합매체, 2016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느낌을 준다. 핑크톤의 색감이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그림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어린애 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입시미술교육을 받던 시기나 미대 학부 시절에 얻었던 기술적인 표현 방법이나 밀도, 깊이를 내기 위한 구도 잡는 방식 등에서 최대한 멀어지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없이 즉흥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작업하며 제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가하던 제재 등이 없어지니까 마치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갖고 마음껏 놀 때처럼 자유분방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작업에 앞서, 어디서 영감을 얻는 궁금하다.

이번 작업의 경우에는 영감을 스스로에게서 가져왔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질적인 부분은 대다수의 사람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모두들 외면이 다르듯이, 사람이 진정으로 성장하는 속도는 각자 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어른이 됩니다. 아직 마음은 준비가 안 됐는데 어른이 가지는 책임감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 남들이 바라보기에는 성인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지만 사회가 만들어내는 제도 속에서 성인이라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자신을 희생해가며 그 틀에 맞춰 가는 사람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에 요즘 키덜트(kidult)족처럼 아예 어릴 때의 취미를 그대로 즐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요. 모두들 그저 어린 시절의 그 사람이 커진 것일 뿐 ‘어른’이란 건 그냥 세월이 만든 허상 아닌가, 어른이 되었다고 그 사람의 진정한 내면마저 제도에 맞춰 변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진정한 내면이라는 게 끌려 나온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스크린샷 2016-07-21 오전 10.04.31.png Adult Baby no.4 , 72.9×61.0(cm), 복합매체, 2016


순수하게 그림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신작 Adult Baby는 작가님의 identity를 오롯이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덩치만 컸지 속은 덜 자란 사람의 대표 격입니다. 사실 전 어렸을 때도 그냥 키가 자라길 바랬을 뿐 어른이 되길 딱히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릴 적 제가 본 어른들은 너무 힘들어 보였고 뭔가 유령 같았거든요. 그 때 느꼈던 생각들이 아직 그대로 있어서 저는 이제 제 나이 또래일 터인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을 봐도 예전처럼 ‘오 어른이다.’ 라고 매번 생각합니다.

어른이라는 껍질 속의 아이라는 작업의 주제 자체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도 볼 수 있었지만,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좀 더 실질적인 재료가 필요했습니다. 그걸 제 자신에게서 가져오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저는 제멋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이렇듯 철없는 제 자신의 과거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그것을 남이 볼 수 있는 시각적인 것으로 바꾼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흥미로웠습니다. 고민이나 복잡한 생각 없이 어린 자신을 꺼내서 작업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가장 원초적인 개성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리라 봅니다.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오묘한 색감을 보여준다. 색을 정할 신경쓰는 점이 있다면?

정교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작업을 했기 때문에 예전에는 ‘조화롭지 않다’ 고 지레 생각해서 절대 같이 쓰지 않았을 색도 함께 써 보았고요. 그렇게 즐기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행복함 자체가 그림에 쓸 색을 고르게 한 것 같습니다.



전에 ‘음악의 시각화’라는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어떤 작업인지 궁금하다.

‘음악의 시각화’ 는 지금 작업과는 정반대로 제가 가진 지식과 교육, 가장 끌리는 주제를 결합하여 만든 작업입니다. 2012년도부터 시작해서 제 나름으로 만든 작업 이론과 많은 연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 직전까지도 음악의 시각화 작업으로 전시를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는 작업이고요. 간결하게 말하자면 음악의 요소(멜로디, 리듬, 화성, 악기, 보컬, 목소리, 가사 등)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4년 동안 노래를 어떻게 그림으로 그릴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음악으로 작업을 한 선행 작가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특히 칸딘스키와 그에 따라 나오는 러시아 작곡가 스크리아빈의 소리에 따른 색의 연구는 제 작업의 색채를 이루는 데 주축이 된 이론입니다. 그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저만의 색채 이론을 만들어냈고, 거기로부터 시작하여 음악을 이미지로 만드는 저만의 원칙과 방식을 형성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법, 표현적인 부분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재료를 저와 친해지도록 여러 번 다루어 각각의 노래를 그려내는 방법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b5d17_08b07e1086074623ad4f9729798c7f00.jpg Branches and Rhythms no. 11, 72.7 x 16.8cm, Oriental pigment on Korean paper, 2015


음악을 그리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다가, 2015년 1월 지리산에서 쉬어갈 생각으로 풍경화 3점을 작업했습니다. 수많은 나무를 묘사하다가 나무가 가진 작은 요소가 반복해서 큰 형태를 이루는 fractal 프랙탈적인 규칙을, 음악의 각 마디가 반복되어 하나의 곡을 이루는 것과 그 규칙에 대입하여 표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악보>연작, <뮤지션과 나무>연작,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가장 많이 대중에게 보여진 <나무,리듬> 연작입니다.


지금도 음악의 시각화 작업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만, <나무,리듬> 작업 중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생겼습니다. 새로운 주제를 찾아 <Adult baby>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것은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 포트폴리오 홈페이지에서 '음악의 시각화'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jiwonemma.wix.com/jiwonyoon)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이번 작업 같은 경우에는 밑그림이나 에스키스를 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습니다. 대신 큰 작업을 하기 이전에 a4사이즈 종이에 먼저 빠르고 자유롭게 드로잉을 많이 했습니다. 연습도 되고, 큰 화면을 채울 때 손이 버벅거리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어떤 주제의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작은 드로잉을 꼭 먼저 하는 편입니다. 재료 차원에서의 작업 과정이라면 저는 사용하는 재료에 제한을 전혀 두지 않는 편입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그림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의 경우에는 아크릴과 과슈를 이용해 먼저 밑바탕칠을 하고, 그 위에 순차적으로 또 아크릴이나 건식 재료를 올려 레이어를 쌓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스크린샷 2016-07-21 오전 10.03.48.png Adult Baby no.2 , 53.2×45.8(cm), 복합매체, 2016


작업 이외에 요즘 관심 있는 일이 있다면?

작업을 안 할 때는 많이 드문 편이지만 마르는 걸 기다려야 한다거나, 다른 사정으로 작업을 못 할 경우에는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프랑스 자수나 요리, 베이킹을 주로 합니다. 요새 새롭게 관심이 생긴 만들기 재료는 펄러비즈입니다. 동그란 비즈를 판에다 끼워넣어서 형태를 만든 다음에 다리미로 눌러 녹여서 형태를 만드는 건데요. 아이들을 위한 교구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 꽤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어쩌면 좀 더 발전시켜서 작업에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 있다면 이유도 궁금하다.

이번 전시에서 보일 작품들 중에서는 <Adult baby no.8>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리는 내내 이게 어떻게 완성될까 많이 기대하던 작업이었습니다.


스크린샷 2016-07-21 오전 10.04.51.png Adult Baby no. 8, 73.0×73.0(cm), 복합매체, 2016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나가고 싶은지 작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작업에 솔직한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계속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윤지원 작가님의 작품은 성수동 '레 필로소피'에서 7월 14일 목요일부터 8월 10일 수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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