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훈 작가의 프로젝트
지난 11월 12일,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초로 광화문 광장에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 모였습니다. 유례없는 시민들의 참여 규모도 인상적이었지만 폭력 없는 평화 시위, 서로를 제지하며 격려하는 모습은 큰 성과였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자비로 사서 있던 자리를 깨끗이 치우는 시민들과 함께, 초등학생부터 노인들까지 촛불을 높이 들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부에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차벽 옆에서 이동하는 경찰에게 “수고한다”며 박수로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11월 12일 경복궁역 앞에서 차벽으로 길을 막고 있던 경찰들을 다시 떠올리다가, 경찰을 비난하는 구호 대신 갖가지 꽃이나 평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차벽과 방패 등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옹성처럼 시민들을 가로막고 있는 저 칙칙한 철벽을 아름다운 꽃들로 채우면 어떻게 될까 상상했습니다. 준비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지만 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26명의 작가들에게 꽃그림을 받고, 펀딩으로 모은 100만원 가량의 예산으로 2만9천 장의 스티커를 제작했습니다. 애초 스티커의 재질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잘 떨어지는 리무버블 재질을 선택하기로 했으나, 일정보다 긴 제작 기간과 부족한 예산의 문제로 일반 스티커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스티커 접착 부분을 최소화해서 의경들의 수고를 덜 수 있도록 칼선을 넣고 나눠드린 시민들에게도 당부하기로 했습니다.
11월 19일 토요일, 다시 60만명이 모인 광장에서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스티커를 나눠드리는 첫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의 행진이 청와대를 향하지 못하도록 세워진 차벽이 몰려있는 경복궁역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에게 서른 종류의 꽃 스티커를 나눠드렸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저희의 의도를 이해하고 응원해주셨습니다. 경찰 측에서 일부러 도로 통제를 지연시켜 원활한 진행이 쉽지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차벽을 꽃벽으로 바꾸는 퍼포먼스에 동참하셨고 금세 차벽은 하나둘 꽃벽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시민들이 취지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주로 접착성이 강한 스티커를 부착함으로써 의경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급기야 늦은 밤, 의경들을 대신해서 차벽에 붙은 스티커를 자발적으로 떼는 시민들까지 등장했습니다.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와 스티커를 자발적으로 뗀 행위들 모두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저희는 첫 퍼포먼스의 아쉬움을 보완한 새로운 퍼포먼스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1. 리무버블 재질(잘 떼어지는 재질)의 스티커로 기존 방식대로 작가들의 꽃그림 스티커를 제작, 배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2차 작품 모집을 펀딩과 함께 진행합니다.
2. 꽃모양의 포스트잇을 제작, 배부할 계획입니다. 포스트잇은 탈부착이 쉬울 뿐더러 시민들의 메시지도 함께 담을 수 있습니다. 경찰들에게 위로의 글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3.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포스트잇을 준비해서 직접 그림을 그리고 메시지를 남기는 캠페인도 함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는 펀딩과는 무관하지만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4. 꽃으로 차벽을 꾸미고, 경찰에게 ‘실제 꽃’을 건네려고 합니다. ‘꽃을 매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위로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비영리 단체 ‘FLRY’가 ‘차벽을 꽃벽으로’ 소식이 공유될 때마다 꽃(생화)를 1송이씩 후원해주실 예정입니다.
※꽃은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분노와 좌절 등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에게 꽃으로 위로를 건네고, 민주주의의 꽃인 ‘국민’이 평화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고자 ‘FLRY’가 생화를 시위현장에 후원하고자 합니다.
5. 시민들이 직접 꽃 그림을 프린트하실 수 있게 동의하신 작가님들의 꽃그림을 오픈소스로 공유할 계획입니다. 미처 집회 현장에 오시지 못하는 분들은 26일 선택적으로 꽃 그림을 자신의 SNS에 부착하듯 게재할 수 있고 직접 인쇄하여 붙이실 수도 있습니다.
첫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의외로 차벽에 무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차벽은 집회 현장에 당연히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차벽으로 시민들의 행진을 막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꽃벽 만들기는 지극히 당연한 시민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가장 평화적인 동시에 적극적인 저항입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많은 금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금기에 익숙해지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를 의미합니다.
275c / 구민호 / 국동완 / 김라연 / 김미혜 / 김우령 / 김유정 / 김인경 / 김세인 / 김태하 / 김혜령 / 박미라 / 박윤정 / 배우리 / 심유미 / 이다하 / 이영현 / 이채림 / 장다운 / 조민희 / 재수 / 채재용 / 최유지윤 / 최지욱 / 한유미 / 한해숙
http://7pictures.co.kr/campaigns/flowerwall2/
해당 링크에서 프로젝트 소식을 페이스북에 공유해주시면 1,000원 혹은 꽃 한송이가 후원됩니다. 본 프로젝트는 ‘꽃을 매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위로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비영리 단체 'FLRY'와 밝고 즐거운 성문화를 만들어가는 19금 커플 어플리케이션, '홀딱바나나'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