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공간의 구축은 경험의 구축이자 삶의 구축이다.
공간을 거니는 것은 삶을 거니는 것이다.
공간을 향기 맡고, 듣고, 만지는 것은 삶을 향기 맡고, 듣고, 만지는 것이다.
공간을 기억하는 일은 단지 그 물리적인 모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간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삶과 가치를 기억한다.
- 김종진, [공간, 공감]
집이라는 공간을 표현하고 있지만 물리적 공간을 묘사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작품이 아니다. 그 곳에서의 일상적인 기억의 인상을 표현하는데, 사진을 참고하지 않은 그 기억은 나 스스로에 의해 모호하게 변형되기도 어떠한 감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기억의 공간은 가족 간의 관계성이나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물리적인 공간을 집으로만 단정 짓기는 어렵다. 가족과 함께 했던 다른 곳이나 내가 포함되었던 어떤 단체에서의 기억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불필요한 공간 묘사가 생략되었고 그렇기에 얇게 여러 겹 겹쳐 올린 색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내면에 존재하는 공간과 감정을 되짚어보면 그에 따른 색이 떠오른다. 그 색은 내게 강하고 어두운 색이 아닌 따뜻하며 천천히 움직임이 있는 색이다. 그렇기에 그 색을 따라 표현하다보면 화면에 공간이 생겨난다.
평소 작업을 하며 스스로를 꼭꼭 씹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거나 누군가와의 대화중에 상대가 나와 비슷한 경험 내지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에 공감하며 우연히 나와 마주하기도 한다. 혹은 길을 가다 어릴 적 살던 골목과 비슷한 골목과 만나거나 매년 봄 새싹이 돋는 것을 발견하며 과거의 어떤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해도 무관한 것 같다.
집이라는 공간은 굉장히 특수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각자의 사적인 영역이 겹쳐지고 맞닿아진 상태로 지내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영역이 겹쳐지며 여러 상황이 생겨나며 유대를 쌓기도 하고 벽을 쌓기도 한다. 타인이 우리 집을 방문한다고 해도 물리적인 공간에 들어오는 것일 뿐 그 집안의 고유한 습관이나 법칙, 분위기 안에 들어가지는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 밖에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한 남의 집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가구, 인물이 등장하고 공간의 넓이를 예측할 수 있는 대각선을 사용해서 공간을 명확히 묘사하게 된다면, 순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그림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의 공간은 어느 시점을 지목하지 않는다. 여러 날의 시간이 함축되어있는 공간이다. 시공간이 겹쳐지고 뭉그러진 공간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들은 색 아래 감춰지게 된다.
관람객들이 그림 안에 수수께끼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작품 안에 맞고 틀린 답은 없다.
색을 보고 느끼면 된다.
바다를 보거나 꽃을 보며 정답을 찾지 않는 것처럼.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마 제 작품의 색면이나 모호한 경계선 때문에 생각한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그 작가만 유독 좋아하는 것도 아니며 사실은 잘 안다고 얘기하기도 어렵다.
스케치를 하거나 구도를 미리 확정짓고 작업하지 않는다. 색의 어우러짐을 보기위해 드로잉 작업을 선행 할 때도 있지만 본 작업을 드로잉과 똑같이 하지 않는다. 어떠한 기억의 인상이나 감정에 따르는 색의 톤을 먼저 정해 화면에 색을 채우는데 한 가지 색을 만들어 곱게 칠하지 않고 한 색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색들을 찾으며 채운다. 이후 두 번 세 번...여러번 색을 따라가며 기름의 농도를 달리하여 겹치다 보면 밝은 면, 어두운 면들이 불확실한 경계를 갖으며 나눠지며 완성되어간다.
<작업과정>
모든 작품에 애착이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소장하고 있지 않은 작품들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떤 작가가 되어야겠다 어떠한 작업을 해야겠다는 롤 모델이나 목표는 없다.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계속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예전에는 색면을 일부로 나눠서 작업할 때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필요에 의하지 않으면 구지 나눌 생각이 없다. 색면이 겹쳐지는 모호한 경계선이 넓어져서 공간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고 전체를 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색에 더 집중을 할 것이며 표현하는데 있어서 작품의 표면이나 레이어를 쌓는 방법을 조금씩 달리해볼 생각이다.
고진이 작가님의 작품은 '건대 카페 ho2 2호점'에서 3월 23일 수요일부터 4월 13일 수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