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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슈기 Oct 15. 2024

09. 상담을 할수록 느낀 감정들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모르는구나, 싶었다.

상담을 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나를 돌아보지 않았던 것이 미안했던 걸까?

아님 그저 울고 싶었던 걸까?

안에 쌓인 것들이 터지듯 올라왔다.


상담을 하면서 정말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모르는구나,

난 나를 돌볼 줄 몰랐구나,

남자친구에게 의지를 정말 많이 했구나

싶었다.


나를 사랑할 줄 모르는 건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점점 자신감도 잃고 스스로를 낮춰 말하는 것에서 느꼈다.

어렸을 적 무엇이든 해낼 수 있었던 나는

어느 순간 아무것도 잘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일하면서 특히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다.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일의 효율과 능률은 당연히 떨어지고,

그에 돌아오는 피드백들도 좋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나를 응원해 주고, 나를 생각하고

나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따뜻한 말을 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따듯하게 대해줬어야 했는데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못하게

나를 대하고 있었었다.


어느 날은 언니가 말했다.

"제일 중요한 건 너야"

나는 그걸 왜 계속 몰랐을까?

무의식적으로

제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건 나를 돌볼 줄 몰랐던 것과 같았다.


나를 돌볼 줄 몰랐던 것은

나를 예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일들만 당하는 사람,

나한테는 사람들이 왜 막대하는지

나를 막대하면 나를 보호하고 방어했어야 했는데

더 질질 끌려만 다녔다.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다 맞는 것 같고

나는 다 틀린 것 같았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떨어진 나를 더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켜주고

따뜻한 옷을 입혀주고

따뜻한 이불 안에 넣어주고

마음의 힐링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나를 더 돌봐주고

아픈 데는 없는지,

마음 상한 곳은 없는지 지켜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떨어진 자존감에 새로운 옷을 입혀주고

일어날 수 있게 다독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나를 돌보지 못하니깐 남에게 나를 맡기고 의지했다.

그렇게 남자친구에게 정말 많은 의지를 했던 것 같다.


남자친구에게 의지를 한 것은

남자친구가 나를 돌보게 만든 것이었다.

더 사랑해줬으면 했고,

더 나를 돌봐줬으면 했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으면 남자친구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의지를 했다.

좋은 습관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기 전에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나에게 의지했어야 했는데,

나는 남들에게 잘 휩쓸리는 사람이라

남자친구의 달콤한 말만 들으려고

더 남자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달콤한 품 안에서만 있고 싶어 했다.

나의 울타리를 남이 지어주길 바랐던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내 울타리는 내가 지어야 하고,

나에게 따뜻한 옷을 입혀주는 건 나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원은 받되

스스로 일어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무장정 나가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걷고 오고

멍하니 하늘만 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아무것도 할 힘이 없어서

누워만 있기도,

눈물만 나서 하루에 열댓 번은 울기만 하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며

상담을 진행하니

내가 진짜 원했던 거,

내 마음상태, 내가 어떤 때에 힘들어하는지,

나의 자존감은 왜 이렇게 바닥이 났는지,

그리고 어떤 단어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삶의 스토리는 어떤지

찬찬히 알아보게 되었다.

그걸 돌아보는 눈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말로는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았다.

조금 여유가 생기고 난 후

내가 쓴 스토리 북들은 하나같이

우울했던 과거, 그리고 미래에 내가 원하는 성공들뿐이었다.

반짝반짝 거리는 성공들을 위해

발버둥 치며 노력했고,

그 발이 닿지 않자 제 풀에 지쳐버린

어린 오리 같았다.


그렇게 내 이야기를 나는 만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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