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나를 돌아봤던 시간들
내가 처음 우울증이구나 깨닫게 된 건
2019년 회사에서
"더 이상 못하겠어요"라고 말하고
대구에서 김포까지 올라온 그때였다.
그때의 나는 참 못났었다.
우울해서 친한 사람들에게 관계를 확인받고 싶어 했고
나의 질문이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 봐
나를 꼭꼭 숨겨두었었다.
차에 치이고 싶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그만하고 싶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떠나고 싶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그 수도 없이 생각한 생각 중 어느 하나도
실제로 하진 못했다.
매일밤 울었다.
눈물이 났다.
장기 출장 중이라 집에도 못 가고
회사사람들과 함께 밤을 보내야 했지만
남몰래 이불을 덮고 많이도 울었다.
밖에 나와 친언니에게 전화하면서도 울었었다.
언니는 나에게 괜찮다고
다 포기해도 된다고 그냥 올라와도 된다고 했다.
나는 그냥 올라오면 안 될 것 같았다.
수면 위로 나를 꺼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실패자"
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그것이 나의 강박이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전화해서
지금 당장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고 전화했다.
엄마 아빠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짓을 했었다.
차에 뛰어들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용기도 없었다.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나를 4 시간 걸리는 도로를 달려 데리러 왔다.
그리고 "이렇게는 더 이상 일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집으로 올라왔다.
퇴사처리는 되지 않았다.
그만큼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대신 월차 못썼던 15일 치를 쓰게 해 주었다.
쉬면서도 불안했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운전면허증을 따고
무언가 계속하려고 하려고 했다.
쉰다는 게 누군가에게 뒤처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매일 울었던 것 같다.
매일이 눈물이고 이유 모를 감정들이 올라왔다.
너무 힘들었지만 아빠는 왜 그런 걸로 우냐고 그랬다.
내 마음은 안정적 이질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뜬금없는 생각이었다.
갑작스럽게
죽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야옹"
키우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아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나는 마음이 많이 힘들구나
하지만 아무도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힘들었겠다.
왜 항상 그런 일에 꼬이니라고 말할 뿐
내 마음을 둘 단어와 이야기는 없었다.
마음 둘 곳이 없었다.
어두운 동굴에 갇힌 기분이고
넓디넓은 바다에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뭐라도 하려고 하는 나는
그저 살려고 바둥거리는 한 마리의 거북이 같았다.
누적 누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바다를 헤엄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번아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울증이라니..
나는 어디로 가고 어딜 향해 가야 할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때는 병원에 갈 생각을 안 했다.
한 번에 10만 원 하는 상담비가 나에겐 부담이 되기도 했고,
심리상담 자격증을 딴 나에겐
어떨지 대충 예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오만이었는데 말이다.
다리가 부러졌는데 병원에 안 가고
내가 치료할 수 있다고 버틴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사실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다가
결국 그 사건이 일어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