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은 언제나 힘들었습니다.
나는 단 한 번도 헤어짐이 쉬웠던 적이 없었다.
헤어지고 금방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사람을 보거나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
혹은
그냥 꽤나 잘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너무나 신기했다.
"헤어지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냥 안 맞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었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잘 익은 파전 뒤집듯이 뒤집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열심히 익혔는데 뒤집다가 다 찢어질 수 도 있는 거고
실수로 구멍이 날 수도 있는 거고
재료가 모자랐던걸 수도 있다.
완벽한 전이 없는 것처럼
사람 감정 또한 완벽하지 않다.
그만큼 나는 약하디 약한 존재였다.
원래도 헤어지면 그렇게 힘들어하는 나는
헤어짐 한 번에 몇 년을 힘들어하기도 하고
반년 넘게 이별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나름 이별의 예의를 만들기도 하였었다.
애도
끝난 관계에 대한 애도의 기간을 가졌었다.
연인끼리의 이별은 부모를 잃은 아이의 상실감과 같은 정도의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가장 가까웠던 사이가 한순간에 멀어졌는데
기간이 얼마나 됐든 슬픈 건 나의 몫이었다.
이번에 헤어지게 된 이유는
내가 그 약함보다 더 약해서였다.
우울증에 걸린 나는
손목을 긋곤 했었다.
남자친구가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손목에 선들이 하나 둘 그어질 때
남자친구는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남자친구와 내 가슴에 구멍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내 안에 다른 자아가 살아가는 것 같았다.
나의 나약함을 보여줬던 게 문제였다.
남자친구는 나를 떠났었다.
이제 공황이 와도, 우울증이 와도
나를 감싸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라도 떠나고 싶었을 거라 생각했다.
남자친구였던 그 친구는
나에게 아무 말 없이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곤
나를 차단했었다.
그럴 수 있었지만
헤어지고 싶다고 말했었다면,
나와의 상황이 힘들다고 말했었다면
더 좋았을 거다.
그러지 못했던 건
서로에 대한 예의가 끝나서였을까?
나는 이겨낼 수 있고 그가 있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예의가 없었고
그는 헤어질 때 이별에 대한 절차가 나름 있다는
예의가 없었기에
우리는 그렇게 끝났다.
힘들어하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사람은,
공황이 왔을 때 바로 달려왔던 그 사람은,
매일 밤 전화를 하던 그 사람은,
이제 내 옆에 없었다.
가족과 친구보다 의지했던 사람이 사라졌다.
나는 나약했고 의지가 심했다.
특히 남자친구에게 더 의지했다.
누군가에게 쉬운 이별이 그래서 나는 더 어려웠나 보다.
어딘가에 외치고 싶었다
헤어졌습니다.
헤어졌어요.
저 헤어졌어요.
하지만 외칠 곳 하나 없었다.
그나마 믿었던 친구에게도
일명 읽씹을 당했다.
그 친구는 나에게 그 남자친구를 소개해준 친구 었다.
남자친구가 탄 잠수에
한 손 거든다는 듯이 손을 올려
그 친구 또한 잠수를 탔다.
그래서 더 누군가에게
헤어졌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의지하던 사람도 사라지고
말할 곳도 사라졌다.
나는 더욱더 물에 가라앉아 갔다.
구름이 무슨 색이었는지,
하늘이 무슨 색이었는지,
밖에는 어떤 색깔들이 알록달록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었다.
나를 가두고
마음을 가두었다
.
.
헤어지고 나는 나를 더 돌보지 못했었다.
의지하던 사람이 사라지자
나는 더 물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리곤 생각했다.
"나는 극복할 수 없을 거야"
손복에 선이 하나 더 생겼다.
이제는 조금 더 두꺼워진 선들을 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