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임 Nov 05. 2023

조개 줍는 아이들 , 동티모르 13

오늘 저들의 식탁 위에 먹거리가 풍성할 테지

 아침 출근길에 차창 너머로 바다를 보니 유난히 바닷물이 많이 빠졌다. 간혹 썰물대를 보긴 했지만 해안가 바닥이 몇 배로 늘어난 적은 보지 못했다. 또 다른 형태의 육지로 만들어진 그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줍고 있다.     


 휴일에 일찍 눈이 띄어 산책할 겸 길을 나섰다. 어제처럼 오늘도 해안가에 사람들이 제법 몰려나와 바쁘게 움직였다. 궁금해서 가까이 걸어가 보았다. 어른, 아이 모두 열심히 뭔가를 주웠다.

“뭘 잡는 거야?” 물었더니, 한 아이가 포대 자루를 벌려 보여주었다. 하얀 조개껍질이었다. 먹을 수도 없는 조개껍질을 왜 줍냐고 다시 물었다. 조개껍질을 사는 업자가 있어서 한 포대씩 채워서 판다고 한다. 내 짐작에 중국인 상인이 사서 공예품 같은 장식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거 같다. 일 년 중에 몇 번 이렇게 물 빠짐이 심하고 바닥을 드러낼 때 채집량이 많아서 사람들이 분주히 모이나 보다. 아주 작은 알맹이 같은 크기라서 한 포대 채우려면 몇 시간을 온 가족이 매달려야 한다.   

   

 내가 어릴 때 집에서 엄마가 부업으로 기성복 뒤처리인 실밥 뜯기를 하셨다. 옷을 잔뜩 실은 차가 집 앞에 서면 엄마는 할당량을 받아서 밤낮으로 옷 먼지 마셔가며 실밥 보푸라기를 뜯었다. 나도 엄마 옆에 앉아서 몇 번 거든 적이 있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엄마는 꽤나 부지런하셨다. 잠을 아껴가며 많은 물량을 해치우고 받은 소소한 몇 푼으로 엄마는 반찬 한 가지를 더 사셨다.      


 문을 연 식당이 있어서 발길을 돌려 들어갔다. 가벼운 브런치를 주문하고 테라스에 앉았다. 해가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차려면 아직 시간이 충분하지만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로 인해 사람들이 조개 줍기를 마무리했다. 어영차 들고 오는 포대가 묵직하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땀은 범벅이지만 해맑게 웃는다.     

 오늘 저들의 식탁 위에 먹거리가 풍성할 테지.     

작가의 이전글 스킬 테스트, 동티모르 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